마리자(왼쪽)와 호잔젤라
마리자(왼쪽)와 호잔젤라


■성공 리더십 - 3번 결혼한 룰라

첫번째 · 두번째 부인과는 사별
올 21세 연하 사회학자와 결혼
“정치활동 퍼스트메이트 될 것”


“룰라의 세 번째 부인인 호잔젤라 다 시우바는 다른 종류의 영부인이 되길 원한다. 그녀는 퍼스트 레이디가 아닌 퍼스트 메이트가 될 것이다.”

‘좌파 대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당선인은 브라질 최초의 3선 대통령이자 3번 결혼한 남자다. 그의 3선만큼이나 21세 연하의 사회학자인 호잔젤라 다 시우바에게도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애칭 ‘잔자’로 불리는 호잔젤라는 룰라의 세 번째 부인으로, 그는 첫 번째 부인, 두 번째 부인과 사별하는 아픔을 겪었다. 브라질 대중은 룰라가 ‘공감능력’이 높다며 그의 인간미를 칭찬하는데, 이는 가장 가까운 사람의 상실을 2번이나 겪어본 그의 개인사적 배경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룰라의 첫 번째 아내 마리아 지 로우지즈는 결혼 2년만인 1971년 간염으로 사망했다.

룰라가 대통령에 처음 당선됐던 2003∼2010년에는 재혼한 부인 마리자 레티시아 카사가 영부인의 자리를 지켰다. ‘브라질의 영원한 영부인’으로 불렸던 마리자 여사는 지난 2017년 2월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노조 지도자로서 경력을 쌓아가던 룰라 전 대통령을 1973년 만나 자녀 4명을 두고, 룰라의 정치 여정을 함께했다. 그는 야당 국회의원이던 룰라가 1980년 노동자당을 창립하자 정당 깃발을 직접 만들었다.

룰라가 노동자당 창립자로 여론의 주목을 받는 동안, 마리자 여사는 여성의 권리를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조직하는 등 사회운동가로서 활동했었다. 룰라가 낙선했던 1982년, 1986년, 1994년, 1998년 대선에서도 마리자 여사는 남편 곁에서 묵묵히 선거운동을 도왔고 지난 2002년 대선에서 룰라의 당선을 옆에서 지켜봤다. 이후 그는 자녀 양육과 남편 내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다 뇌졸중이 발병, 투병 끝에 사망했다.

사별 뒤 슬픔에 빠진 룰라는 2017년 좌파 예술인들이 참석한 한 행사를 계기로 21세 연하인 잔자와 사랑에 빠졌다. 두 사람은 룰라가 부패 혐의로 실형을 살고 나온 2019년부터 동거를 시작해 지난 5월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룰라는 “아내를 잃고 내 인생이 더 이상 의미 없다고 생각할 때 갑자기 다시 살고 싶어지게 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나는 마치 스무 살처럼 사랑에 빠졌다”며 아내를 향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잔자’는 사회학자이자 페미니스트로 남편의 선거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캠프 의제를 이끌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그녀가 새 정권에서 맡게 될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는 지난 8월 “가정 폭력과 같은 여성에게 우선시되는 주제에 초점을 맞춰 영부인의 역할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고 밝혔고, 대선 전에 열린 한 행사에서도 “남편의 도우미가 될 생각이 없다”고 단언했다.

룰라는 언론 인터뷰에서 “나는 매우 뛰어난 정치적 두뇌를 가졌으며 페미니스트인 호잔젤라와 함께하고 있다”며 아내의 정치적 활동을 지지한다고 밝힌 만큼 현안에 적극 개입하는 ‘퍼스트 메이트’형 영부인이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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