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자연 공존 주제로 연작 25점

서울아산병원 갤러리서 10일까지

김품창 화가의 연작 ‘어울림의 공간- 제주환상’은 제주의 대자연을 배경으로 인간과 만물의 공존을 환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갤러리 제공.
김품창 화가의 연작 ‘어울림의 공간- 제주환상’은 제주의 대자연을 배경으로 인간과 만물의 공존을 환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갤러리 제공.
"김품창은 장욱진을 잇는 동심의 눈으로 그리는 가장 모던한 한국 모던아티스트로서 또 가장 콘템포러리한 작가인 것이다. 그가 그런 동심의 눈으로 그리는 미술가이기 때문에, 제주도에 정착하면서 제주의 풍광 그림을 서구적 개념의 풍경화나 풍정화로서가 아니라, 제주도의 독특한 자연순환의 생태계 속에서 자연과 연계 및 연동하여 살아 가는 일상을 그릴 수 있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예술비평가인 홍가이 전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김풍창(56) 화가의 작품을 평한 글의 일부이다. 인간과 만물의 공존이라는 동양적 자연관으로 제주 풍광을 담아내고 있는 김 화가의 작품 세계를 설명하고 있다.

현재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김 화가의 개인전은 그런 설명에 고개를 끄덕거리게 한다.‘김품창의 제주환상’이라는 타이틀로 지난 4일 개막한 전시는 오는 10일까지 펼쳐진다. ‘어울림의 공간- 제주환상’이란 제목의 연작 25점을 선보이고 있다.

김 화가는 미술대학 졸업 후 서울에서 작품활동을 하다가 35세이던 지난 2001년 제주로 옮겨가 정착했다. 작가는 "친인척 하나 없는 제주에서의 삶은 서울과 너무 달라 힘들었고, 사람들이 바라보는 시선 또한 편하지 않았다"라고 되돌아봤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느 곳과도 비교할 수 없는 자연 환경이 있어 미치도록 빠져들었다"며 "내 그림 전부는 제주도"라고 했다.

그는 제주도의 풍경을 사진처럼 화폭에 옮겨놓지 않는다. 제주도의 대자연을 보고, 또 본 후 자신의 속에서 녹여내 그린다. 인간과 자연, 수많은 생명체들이 어우러지는 제주를 표현한다. 현실과 환상이 섞이며 자유스러움을 느끼게 하고, 익살과 해학이 어우러져서 미소를 자아내게 한다.

작가는 "정착 초기 제주 아름다운 풍광에 빠져들며 제주바다와 자연을 주제로 달밤, 태풍과 해안마을을 주로 그리다가 자주 마주치는 생명체를 발견하고 제주에는 사람만이 아니고 다른 수많은 생명이 같이 살아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라고 했다. 그는 마을 근처의 나무들이 전기톱에 잘려나가는 모습을 보며 제주의 아름드리 나무들에 주목하게 됐고, 나무에 눈동자를 그려주기 시작했다. 돌에도 눈동자를 그려 넣었다. 이후 제주의 숲에 관심을 둔 그는 나무와 풀, 돌과 물이 모여 만든 숲, 즉 곶자왈이 제주도임을 믿게 됐다.

그는 이번 전시에 제주 창조신화인 설문대 할망 이야기를 현재의 우리네 가족에 대입해 형상화한 그림들을 내놨다. 그의 그림 속 선을 따라 가면 불쑥 동물이 나오고, 또 다른 형상들이 연결됐다가 사라지곤 한다. 이렇듯 선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여러 형상들이 만들어졌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는데 이는 제주의 올레길을 걷는 듯한 느낌을 준다.

멀리서는 보이지 않는 대상들이 가까이 가면 보이고, 가까이에서는 안 보이는 것들이 멀리에서는 보이기도 한다. 그림 구석구석에 작은 곤충과 동물들이 자기 영역을 차지하고 더불어 살고 있다. 작가가 즐겨 그려오던 고래가 숲을 유영하는 모습은 왜 제목이 ‘제주 환상’인지 뚜렷하게 알 수 있게 한다.

김 화가는 "돌 하나,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인간이 존재할 수 없다"며 "이런 공존에 대한 이야기가 병원에서 투병하는 환자들과 가족들, 코로나로 지친 이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편 김 화가는 강원 영월에서 태어나 경북 영주에서 성장했고, 추계예술대 미술학부 동양화과를 졸업했다. 2001년 가족과 함께 제주도로 이주했고,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등에서 17회의 개인전을 열었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과 제주문화예술위원을 지냈다. 저서로는 ‘김품창 제주15년’이 있다. 내년에는 20여 년간 제주에서의 창작생활을 담은 글과 그림을 엮어 에세이를 펴낼 예정이다. 그와 함께 제주에 정착한 부인 장수명 씨는 동화 작가로, 역시 제주의 아름다움을 글로 담아내고 있다.

장재선 선임기자
장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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