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오후 경북 안동병원에서 봉화 광산매몰 생환 광부 박정하(오른쪽) 씨가 보조작업자 박모 씨와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일 오후 경북 안동병원에서 봉화 광산매몰 생환 광부 박정하(오른쪽) 씨가 보조작업자 박모 씨와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봉화 매몰 광부 2명 ‘기적 생환’

221시간 만에 극적으로 구조돼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치료 요청
시력보호를 위해 안대 착용하고
미음에서 일반식으로 바꿔 식사

최초 발견자는 31세 막내 광부
“늦었어요 미안해요 형님” 눈물


봉화=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

경북 봉화군 아연 채굴 광산 붕괴사고로 고립된 지 221시간 만에 극적으로 생환한 작업자 2명이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시간 좁고 어두운 갱도에서 지낸 탓에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는 것으로 보인다.

선산부(조장) 박모(62) 씨의 아들(42)은 박 씨가 구조된 지 4일째인 7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한 이후 잠을 자다가 갑자기 놀라시는 등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씨와 함께 고립됐다가 구조된 후산부(보조 작업자) 박모(56) 씨도 지난밤 잠을 자다 놀라 몸을 심하게 뒤척이는 바람에 침대에서 떨어질 뻔했다고 박 씨 아들은 전했다. 이에 따라 박 씨 아들은 이들에 대한 PTSD와 관련한 정신적인 전문 치료를 병원에 요청하기로 했다.

박 씨 아들은 “아버지가 식사할 때면 안대를 잠시 벗고 형광등 불빛은 보지만 자외선이 들어있는 불빛은 시력을 회복하는 데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아직 창문 밖은 제대로 내다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씨 등은 병원 입원 후 미음이나 죽을 먹었으며 전날 점심부터 병원에서 제공하는 미역국, 쌀밥 등 일반식으로 바꿨다.

박 씨 아들은 “아버지는 제공되는 일반식을 모두 드신다”면서 “고립된 이후 제대로 식사를 하지 못해서인지 양이 부족하다는 말씀을 하신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가 장기간 고립으로 몸무게가 5㎏ 이상 빠진 것 같다”며 “아버지는 퇴원 후 보조 작업자 박 씨와 강원 태백시에 있는 닭백숙집에 가서 맘껏 먹고 싶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박 씨 등 2명은 해당 광산업체 소속 작업자 최모(31) 씨가 최초로 발견해 구조한 것으로 밝혀졌다. 최 씨는 이 업체의 막내 작업자이며 국내 몇 안 되는 MZ세대 광부다.

최 씨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구조 당시 가장 먼저 제2 수직갱도 내 굴착 작업으로 확보한 진입로를 통해 이들을 찾다가 갱도 내 가로·세로 60㎝ 크기에 1m 정도 길이의 구멍을 발견했으며 이곳을 지날 때 낙석으로 매우 위험했고 4~5m 앞도 볼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한시라도 빨리 이들을 구조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때가 4일 오후 11시 3분이며 박 씨 등이 고립된 지 221시간 만이었다.

그는 이들을 보는 순간 솟구치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조장 박 씨가 먼저 ‘어느 방향에서 왔느냐. 어떻게 왔나’라고 물었고 나는 ‘제2 수갱으로 오느라 늦었어요. 미안해요. 형님’이라고 답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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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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