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화 ‘기적의 생환’ 박정하씨 단독 대면 인터뷰
병실서 안대 벗고 가족과 포옹
“정부, 안전점검 철저히 해달라”
안동=글·사진 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
“이제는 광산 현장에 들어갈 ‘간 큰 남자’가 되기 싫고, 좀 쉬었다가 광산근로자들을 위한 활동을 다시 하고 싶습니다.”
7일 오후 경북 안동시 수상동 안동병원 8층. 봉화군 아연 광산 붕괴사고로 고립된 지 221시간 만에 극적으로 구조된 뒤 치료를 받고 있는 선산부(조장) 박정하(62) 씨 병실은 면회객으로 북적였다. 그는 안대를 벗고 면회를 막 끝낸 며느리, 손주들과 포옹하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또 한국진폐재해자협회 강원 정선지회 관계자들이 찾아 “자네는 워낙 영악해 당연히 살아 돌아올 줄 알고 있었다”고 말하며 악수를 하자 “금방 구조될 것이라는 바람과 달리 다소 늦었는데,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동료(후산부 보조 작업자)를 안정시켰다”고 답했다. 박 씨는 채광 분야에서 20년 넘게 일했다. 후산부 보조작업자는 박모(56) 씨로, 일한 지 4일 만에 고립됐다.
그는 이어 병실에서 가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친 육체는 회복 중인데 당시 고립 상황이 자꾸 떠올라 괴롭다”며 “앞으로 광산 현장에 들어갈 일은 없으며 다시 묵묵히 일하는 광산근로자들의 복지향상을 위한 활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선의 광산근로자 복지 관련 단체에서 10여 년 동안 일한 바 있다.
박 씨는 “광산 분야에 종사하는 광부들의 애환을 들어달라”고 힘줘 부탁했다. 그는 “국내 광산의 채굴 수준은 1970∼1980년대에 머물러 있다”며 “광산을 관리·감독하는 정부 기구들은 말로만 안전을 외치지 말고 주기·분기별로 현장을 찾아 안전 점검을 철저히 해 달라”고 당부했다. 산업통상자원부 한국광해광업공단 통계에 따르면 광산 재해로 최근 5년(2017∼2021년) 사이 총 17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이 중 24명이 숨지고 153명이 부상했다.
광산 갱도 붕괴사고는 박 씨 등이 작업에 투입된 지 1시간 40분만인 지난달 26일 오후 6시쯤 발생했다. 그는 “고립되자마자 탈출할 수 있는 갱도를 찾아 괭이로 10m 정도 팠으나 암석 등으로 막혀 포기했다”며 “지난달 31일에는 다른 갱도를 찾아 작업 당시 가져간 화약 25개 중 10개씩 철사로 두 다발을 묶어 겨우 발파했는데 ‘퍽퍽’ 소리만 나고 암석이 약간 떨어졌을 뿐이다”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낙담보다 탈출 희망을 갖고 하루하루를 보내다 지난 4일 마지막으로 탈출구를 찾기 위해 남아 있는 화약 5개를 사용하려던 중 다른 곳에서 발파소리가 환청처럼 들리더니 ‘펑’ 소리와 함께 작은 구멍이 뚫렸다고 구조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작업 도중 쉬는 시간에 마시기 위해 커피믹스 30개를 비닐봉지에 담아서 가져갔으며 너무 배가 고파 하루 3끼, 한 번에 2봉지씩 밥 대신 마셔 고립 3일 만에 모두 동나는 바람에 갱도 내 흐르는 물만 마시고 버텼다”고 했다. 박 씨는 “병원에 입원한 뒤 주변에서 누군가 말을 해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들었고, 매우 놀랐다”며 “많은 희생자가 발생해 모든 국민이 애도하면서도 나와 동료의 생환을 기원하고 당국도 밤낮없이 구조활동을 해 미안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박 씨의 아들(42)은 “아버지와 동료의 무사 생환이 국민에게 희망이 된다며 성금을 내놓겠다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