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수본 ‘이태원 수사’ 본격화
경찰청장·용산서장 집무실 등
경찰 관련만 26곳 압수수색
전자기록 · 보고문건 등 확보
참사 책임 소재 규명 ‘속도’
‘이태원 핼러윈 참사’의 책임 소재 등을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8일 경찰청장 집무실, 서울경찰청장 집무실, 용산경찰서장 집무실 등에 대해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실시하며 경찰 지휘부를 정조준했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의 ‘경찰 대개혁’ 발언이 나온 지 하루 만에 단행된 강제수사다. 경찰 안팎에서는 특수본이 경찰지휘부에 대해서는 감찰 단계를 건너뛰고 곧바로 강도 높은 수사에 착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특수본은 경찰청장실을 포함해 서울경찰청·용산경찰서 등 경찰에서만 26개소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고 이날 밝혔다. 경찰청의 경우 구체적인 압수수색 장소는 경찰청장실, 정보시스템운영계, 경비안전계 등이다. 특수본은 압수수색을 통해 집무실 내 휴대전화, 전자기록 등을 압수했다. 특수본은 압수물 분석을 통해 윤희근 경찰청장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각각 참사 1시간 59분, 1시간 21분 만에 뒤늦게 보고받은 점을 객관적 자료로 확인하고, 보고문건 등을 통해 사고 지휘 여부 등을 면밀히 살펴볼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본이 이처럼 속도를 높이는 데에는 전날 윤 대통령의 강한 질책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의 의지에 특수본이 ‘수사 발맞추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전날 주재한 국가안전시스템 회의에서 “경찰 업무에 대해서는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책임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엄정히 그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비공개회의에서도 “경찰은 왜 4시간 동안 물끄러미 쳐다만 보고 있었나. 이걸 제도가 미비해서 여기에 대응을 못 했다는 말이 나올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의 강한 질책은 윤 청장 면전에서 이뤄졌다.
특수본이 ‘꼬리 자르기’ 의혹 해소 차원에서 전격적으로 지휘부 사무실 압수수색에 나섰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전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여야 의원들은 윤 청장 등에게 “왜 용산서장 집무실을 압수수색 하지 않았느냐”고 질타한 바 있다. 경찰 내부에서도 “특수본이 용산경찰서와 이태원파출소 등 일선에 책임을 미루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경찰 안팎에서는 특수본이 이날 오늘부터 본격적인 전방위 수사에 들어가면서 기존에 진행해오던 감찰·수사 방식이 무의미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까지는 경찰청 특별감찰팀의 감찰 후 수사의뢰 방식으로 수사가 이뤄졌는데, 경찰 지휘부에 대해서는 곧바로 수사에 착수하는 ‘패스트트랙’ 방식으로 특수본이 진상규명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일차적 책임은 용산서장의 ‘늑장 보고’ ‘현장 조치 미흡’ 등에 있지만, 윤 청장 및 김 서울청장의 ‘지휘 공백’으로 참사 피해가 커졌다는 의혹을 이른 시일 내 면밀히 확인하겠다는 특수본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윤 청장이 7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특수본의 보고를 받았다는 취지로 발언해 논란이 됐다. 이후 윤 청장은 이 같은 논란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지자 “수사를 자꾸 물으시는데 (특수본과 관련해) 지휘·보고받지 않는다. 특수본이 잘할 것으로 신뢰한다”고 해명했다.
송유근 기자 6silver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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