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 산업부 차장

민주노총이 오는 12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근처에서 ‘10만 총궐기 전국노동자대회’를 열 예정이다. 이태원 참사 여파 속 집회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듯 오후 6시 ‘이태원 참사 책임 윤석열 정권 규탄 촛불집회’를 내걸었지만, 민주노총은 그에 앞서 노동자대회도 진행할 계획이다. 노동자대회 핵심 주제 중 하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이다. 노조법 2조 개정은 법에서 정하는 근로자와 사용자의 범위를 대폭 확대하려는 것이고, 3조 개정은 불법쟁의행위에 대해서도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겠다는 시도다. 그런데 노동계와 시민단체, 야당이 ‘공조’하는 노조법 개정 방향을 놓고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처음엔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3조 개정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반대 목소리가 만만치 않았고, 최근엔 2조 개정에 더 힘을 싣는 분위기가 읽힌다고 경영계 관계자는 전했다. 이 같은 기류 변화에는 쟁의행위가 불법으로 판단될 소지를 아예 줄여버리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게 경영계 분석이다.

특히, 노조법 2조 개정 내용을 담은 8개 법안 중 무려 7개가 사용자 개념을 확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노조법에서 ‘사용자’는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해 행동하는 자’로 규정돼 있다. 이들 노조법 개정안은 사용자 정의에 ‘근로조건에 실질적 지배력 또는 영향력이 있는 자’를 추가하거나, ‘파견·도급 사용사업주’까지 사용자 범위에 넣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노동계는 ‘진짜 사장 처벌법’ 등으로 이름을 붙여 노조법 2조 개정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개정안의 사용자 인정 기준을 놓고 경영계 등에서는 “객관성, 명확성이 떨어져 법적 안정성만 침해할 것”이라고 강력히 반발한다. ‘실질적 지배력 또는 영향력’을 사용자를 규정하는 기준으로 삼는다면 원하청 관계에서의 원청, 기업집단의 지주회사, 심지어 사모펀드, 공공입찰 시에는 정부까지 하청·자회사·인수대상 기업·용역업체 노조의 ‘사용자’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질적 지배력이나 영향력은 시장 상황에 따라 수시로 달라질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예를 들어 사내 하도급 업체가 품질을 높여 다른 기업과 추가 도급계약을 한다면 기존 원청업체의 지배력 또는 영향력은 감소할 것이다. 이 경우 원청업체를 사용자 범위에서 뺄 것이냐 하는 문제가 생긴다.

또, 파견·도급 사용사업주는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다. 하청업체 근로자에 대한 단체협약상 근로조건 이행은 하청업체 사업주에게 달려 있다. 파견·도급 사용사업주를 사용자에 포함한다면 결국 파견·도급계약을 해지하고 하청업체 근로자를 직접 채용하라고 강제하는 게 된다. 그런데 외주·파견·하도급 사업을 수행하는 기업이 대부분 중소기업이므로, 이대로 법이 개정되면 중소기업 해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기업이 그 많은 근로자를 다 고용할 수 없으므로 구조조정이 이뤄질 가능성도 크다는 분석이다. 노동계와 야권, 시민단체들은 과연 이것이 ‘사회적 약자’를 위한 입법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때다.
김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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