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4시 50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세계음식특화거리가 ‘핼러윈 참사’로 인해 한산하다.
9일 오후 4시 50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세계음식특화거리가 ‘핼러윈 참사’로 인해 한산하다.


골목상권 “손님 아예 없다”…큰길 가게도 매출 절반 타격
부동산업계 “거래 절벽…관망세”…“예정된 계약은 무산되기도”


글·사진=이예린 기자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인근 골목 가게 곳곳이 문을 닫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타격을 채 회복하기도 전에 사고가 터지면서, 이태원을 자주 다니며 이것저것 구매하는 ‘떠돌이 단골’이 사라진 탓이다.

10일 만난 이모(50) 씨는 이태원 사고 현장과 110m가량 떨어진 맞은편 골목 계단 옆에서 3년째 운영해온 ‘큰 옷’ 가게를 접고 다른 곳으로 옮겨갈 준비를 하고 있다. 손님이 없어 내년부터 당장 오르는 월세(현재 550만 원)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씨는 “손님은 사고 직전 대비 3분의 1도 안 된다”며 “코로나 이전엔 하루 100명까지도 왔는데 이번 주엔 한 명도 안 왔다”고 울상을 지었다. 이어 “옮긴다고 될 일이 아니라, 20년째 해오던 큰 옷 장사를 접어야 할 것 같다”며 “온라인도 젊은 사람 같으면 하는데, 촬영·홍보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는 가게를 예약하고 찾는 ‘진성 단골’ 이외에, 이태원을 지나다니며 큰 옷을 자주 사는 ‘떠돌이 단골’이 거의 없어졌다고 했다. 대로변 1층의 또 다른 ‘큰 옷’ 집도 올해 권리금을 걸고 월세 800만 원대에 가게를 내놨으나 계약은 힘든 분위기다.

큰길 가게들의 사정도 급격히 악화됐다. 이태원 ‘해장의 성지’로 불리는 24시간 쌀국수 집도 매출이 사고 직전 대비 절반 넘게 감소했다. 점장 이모(24) 씨는 “근처 가게들도 새벽 장사를 안 하는 분위기고, 저희는 애도기간 끝난 뒤 새벽장사를 하기는 하는데 손님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원래 이곳은 주말 새벽 줄서서 먹는 일이 허다한 곳이었다. 사고 현장과 100m가량 떨어진 대로변의 편의점 점장 김모(34) 씨도 매출이 40~50% 줄었다고 했다.

이태원 부동산 업자들은 거래 절벽에 관망세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당초 계획된 계약 혹은 가게 확장은 무산됐다고 밝혔다. 이태원의 한 부동산 업자는 “지난주 계약서 쓰기로 한 건은 취소됐다”며 “요식업 두 군데를 하던 사장이 한 곳을 접는다고 내놓은 데도 있다”고 말했다.

이태원에서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운영하는 정돈희 전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지회장은 “지금은 완전 (거래가) 스탑(stop)”이라며 “(경찰) 조사하고 사회적 분위기가 마무리돼야 하니까 (괜찮아지려면)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그는 “대출을 많이 받은 사람들은 6개월~1년 지켜보다 이자 감당 여력이 안 되면 못 버티고 나올 것”이라 했다.
이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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