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경찰의 역량과 적나라한 실상이 새삼 국민 앞에 드러났다. 이런데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권의 이른바 ‘권력기관 개혁 방안’에 따라 2024년 1월부터 국가정보원의 대공(對共)수사권까지 넘겨받는 등 경찰은 더욱 비대하게 된다. 검수완박으로 인한 반부패 수사 역량의 저하는 말할 것도 없고, 반국가 범죄 척결에도 차질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잖아도 문 정부 5년을 거치면서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 수사는 위축되고, 반대로 반국가 활동은 곳곳에 더 깊이 침투했을 개연성이 크다.

국정원과 경찰이 경남·전북·제주 지역에서 보안법 위반(이적단체 구성, 회합·통신) 혐의를 받는 7명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이는 등 수사에 나섰다고 한다. 시민단체 대표라는 A씨는 북한 공작원과 수십 차례 이메일을 주고받았고, 국내 정보를 넘긴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제3국에서 북한 인사들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부터는 반국가단체인 ‘민중자통전위’를 결성해 활동한 혐의도 있다.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지난해 8월엔 F-35 스텔스기 기지가 있는 충북 청주의 간첩단 사건이 불거졌다. 그런데 이 사건으로 구속된 피의자 3명이 모두 구속 기간 만료로 풀려났고, 재판도 장기간 공전되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대공 수사는 워낙 장기간 수사가 필요한 데다 묵비권 행사 등으로 증거를 확보하기가 매우 어렵다. 또, 적극적인 변론 활동을 펼치면서 법정 공방이 장기화하는 경우가 많다.

반국가 범죄는 적발도 수사도 매우 어렵다. 그런데 최근 인터넷 발달로 반국가·간첩 행위가 더 은밀하고 교묘해졌으며, 그 분야도 단순한 국가 정보의 유출이 아니라 첨단 기술 등으로 급속히 넓어지고 있어 더욱 그렇게 됐다. 대공수사는 축적된 역량에 더해 국내·해외·과학·사이버 등 모든 정보가 유기적으로 융합된 분야다. 최근에는 직접 남파가 아니라 제3국을 통한 우회 침투가 많아지면서 해외 정보기관과의 공조 수사도 매우 중요하다.

해외에 조직과 정보망이 없는 경찰이 이를 수행하긴 어렵다. 경찰 내부에서도 승진과 인사 이동이 어려운 대공 수사 분야를 꺼리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문 정부 때도 ‘안보수사청’ 등 대안이 제시될 정도였다. 일심회 사건, 왕재산 사건 등 2000년대 이후 굵직한 간첩단 사건은 국정원 수사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국가 대공수사 능력이 저하되지 않도록 국정원에 존치하는 논의를 시작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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