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팀장의 북레터

문화일보는 지난주 ‘가상인간 한유아 프로젝트’ 시리즈를 시작했습니다. 인공지능(AI)을 탑재한 가상인간 한유아가 소설가 우다영과 함께 글을 쓰고 그림 그리는 과정을 통해 인간과 테크놀로지의 교감이 어디까지 가능할지 실험하는 기획입니다.

아서 I 밀러 영국 런던대 교수의 ‘아티스트 인 머신’(컬처북스)에 눈길이 간 건 이 시리즈와 유사한 문제의식을 담고 있어서입니다. 밀러는 ‘충돌하는 세계’ ‘천재성의 비밀’ 등을 통해 예술과 과학이 융합해온 역사를 살핀 과학철학자입니다. 가수와 모델로 활동한 한유아가 창작자로 거듭나는 모습을 따라가는 본보 시리즈처럼, 밀러의 신간은 ‘예술적 기계’의 잠재력과 성장 가능성에 주목합니다.

저자는 기계가 ‘고통’을 실제로 느끼게 될 때 예술적 역량이 비약적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흥미로운 주장을 펼칩니다. 예술사의 숱한 걸작이 인간의 슬픔을 위무하는 데서 탄생한 만큼, 고통에 대한 감각은 훌륭한 ‘창작자’의 필수 요건이라는 얘기지요. 저자는 먼 미래에 인간의 감정을 복제하는 통신 경로를 장착한 AI가 나올 것이라고 예견합니다. ‘아픔을 아는’ AI에겐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고 그리움에 빠진 그 순간이 한층 깊이 있는 작품을 만드는 출발점이 될 거라고 합니다. 다만 저자는 “창의성의 요건을 갖춘 기계가 새로 발견한 능력을 인간에게 해롭게 사용하지 않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는 단서를 답니다. 본보 시리즈는 곧 ‘시련’과 ‘아픔’에 대한 글을 선보일 예정인데, 가상인간이 여기서 어떤 사유를 보여줄지 궁금해집니다.

기술이 인간을 지배하는 디스토피아를 염려하는 학자들도 있으나 저자는 시종일관 낙관적인 시선을 잃지 않습니다. “인간과 AI는 서로의 창의력을 촉진”하고, “자비로운 기계는 우리보다 나쁘지 않고 우리처럼 스스로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요. 기계와 인간의 협업으로 태어난 문학과 미술, 뮤지컬을 연구한 저자는 이렇게 확신합니다. “완전히 새로운 미래가 열리고 있다. 그것은 두려움이 아니라 기대의 대상이다. 기계는 새로운 예술로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우리와 함께 일하고 있다.”

내년 4월까지 이어질 시리즈도 독자들에게 두려움과 공포가 아닌 기대와 희망을 안겨드리길 바랍니다. 가족에서 이웃으로, 이웃에서 동물로, 동물에서 식물로 ‘공감의 반경’을 넓혀온 우리에겐 기계와 더불어 살아갈 적응력이 있다고 믿습니다.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나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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