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주의 동화 ‘기소영의 친구들’은 교통사고로 친구를 떠나보낸 6학년 어린이들이 이해할 수 없고 받아들일 수도 없는 사실 앞에서 몸과 마음의 혼돈을 겪고 차차 자신에게 벌어진 일과 슬픔의 내용을 인식하는 과정을 다뤘다. 이 책에서 박채린, 남나리, 김영진, 서연화 네 어린이는 기소영과 각자의 방식으로 아주 가까운 친구였지만 죽음을 대처하는 법을 배워본 적이 없다. 이들은 그 슬픔의 감정을 스스로 다뤄보려고 노력하면서 가까스로 서로를 다독이며 힘을 모아본다.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사고로 세상을 떠난 어린 고인 기소영을 위해 애도의 시간을 준비하자고 뜻을 모은다.
이런 식의 고통스러운 결별을 예상해봤을 리 없는 어린이들이지만 애도의 마음만큼은 몹시 간절하다. 과연 이렇게 한다고 해서 친구를 보내줄 수 있는 것인지 막막한 기분에 사로잡히면서도 어린이들은 어떻게든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정중하고 정성스러운 손길로 기소영이 떠나는 길을 배웅하고자 애쓴다. 친구의 죽음을 둘러싼 비현실적인 감정을 거부하는 자기 자신을 설득하는 일에도 점점 익숙해진다.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해 질문하고 존재의 의미를 되새기는 것은 종교와 철학의 영역에서 발달했다. 그런 점에서 ‘기소영의 친구들’은 철학적이다. 어린이의 눈높이와 감정을 다치지 않도록 섬세하게 고려하면서 비극 이후의 회복을 그려낸다. 그들은 죽음 이후에야 비로소 몰랐던 기소영의 진면목을 알게 된다. ‘기소영의 친구들’은 사랑하는 기소영 미카엘라를 위해 성심껏 추모 미사를 봉헌하면서 자신들이 누구였는지도 더 정확하게 돌아본다.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상처를 경험한 기소영의 친구들이 기억의 터널을 빠져나오는 과정은 10·29 참사의 간접적 목격자이기도 한 지금의 어린이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작가는 2014년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며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뜻하지 않게 우리 어린이들이 또 한 번의 공동체적 비극 앞에서 책을 읽게 돼 가슴이 아프다. 깊은 슬픔 속에서 어떻게 감정을 다스려야 할지 모르는 어린이와 어른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152쪽, 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