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서 사람은 이름을 잃고 하나의 ‘숫자’가 된다. ‘라이프 인사이드’의 저자에 따르면, 그는 ‘이동하는(move)’ 게 아니라, ‘배송된다(shipped out)’. ‘식사 시간’은 ‘먹이 시간(feeding time)’이 된다. 자유와 시간, 그리고 주체성이 박살 난 장소. 감옥이란 환경에서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전복적 행위는 뭘까. 저자는 ‘철학’이라 말한다.
책은 2016년부터 감옥에서 재소자들에게 철학을 가르쳐 온 저자가 그들이 스스로의 상황에서 새로운 시각을 모색하는 과정을 지켜본 기록이다. 책은 자유, 시간, 용서, 희망 등 우리 모두가 품은 본질적 질문들이 감옥에 갇힌 이들에게 어떻게 다가가는지, 혹은 얼마나 더 절실해지는지, 생생한 실제 대화 현장을 통해 보여준다.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우리에게 또 다른 관점과 가능성을 제시해주며. 예컨대 ‘자유’를 보자. 한 재소자는 “공과금을 내거나 애들을 등하교시키는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며 “나에게는 바깥사람들한테 없는 자유가 있다”고 말한다. ‘선택으로부터의 자유’를 주장하는 그에게 또 다른 재소자는 “선택권이 없으면 자유로운 게 아니다”라고 응수한다. ‘희망’은 어떨까. 한 재소자는 고통이 사라지리란 희망을 품는 대신 고통과 함께 사는 게 낫다고 했고, 또 다른 재소자는 “고통에 빠져 있을 때 희망이 곁을 지킨다”며 닫힌 세계에서도 ‘미래’를 포기하지 않았다. 440쪽, 1만8000원.
감옥에서의 철학 수업 보고서이자 가족 등 가까운 이들의 오랜 수감 생활을 지켜본 저자의 자기 치유 과정이기도 했던 ‘라이프 인사이드’와 달리, ‘교도소 대학’은 ‘교화’ 대신 ‘교양’에 초점을 맞춘 교도소 내 교육이 재소자들에게 어떤 의미이고,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실제로 시행된 미국 내 교도소 인문학 교육 사업의 결과물을 담은 책이다. 지난 20여 년간 바드대 학생들이 받는 자유교양학 수업을 재소자들에게 똑같이 제공한 뉴욕 바드교도소사업단의 사례를 바탕으로 한다.
‘처벌이냐 교정이냐’라는 팽팽한 논쟁은 일단 덮어두고, 이 수치를 보라. 뉴욕 전체 재범률은 40%인데, 이 수업을 듣고 학위를 취득한 재소자들의 재범률은 약 2%로, 놀라울 만큼 낮았다. 그러나 저자는 이 사업이 단순히 재범률을 낮추거나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것이 아닌, 수감자가 읽고 쓰고 말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 ‘책임감 있는 인생’, 즉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도록 이끄는 ‘인문학’ 그 자체의 힘과 목표에 있다고 강조한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다른 삶을 살 수 있는지 알고 싶거든요.” ‘교도소 대학’ 지원자가 면접에서 했던 말은 여전히, 누구에게나 인문학 공부의 기회가 필요함을 상기시킨다. 또한, 사업단의 지난 20년을 오롯이 담아낸 책은 앞으로도 여전할, 인문학의 가치를 확인시켜 준다. 340쪽, 1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