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선의 불평등

캐서린 매코맥 지음│하지은 옮김│아트북스


‘비너스’라 하면 어떤 그림이 떠오르는가. 조개껍데기 위 긴 금발 머리를 흩날리는 ‘비너스의 탄생’? 침대에 모로 누워 거울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는 ‘로크비 비너스’? 놀랍지는 않지만 두 비너스 모두 발가벗었다. ‘누드화’란 이야기다.

‘시선의 불평등’은 프레임 속 여성이 어떻게 통제돼왔는지를 지적한다. 미술사학자이자 작가, 독립큐레이터인 저자는 가장 먼저 비너스를 이야기한다. 누드가 문제는 아니다. 남성과 여성의 나체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는 것이 문제다. 고전적인 남성 누드는 힘과 영웅을 상징하며 당당하게 서 있으나 여성 누드는 대상화된 채 소극적인 성적 대상으로 묘사된다. ‘로크비 비너스’는 청소년 잡지 모델의 성인 버전이자 ‘플레이보잉’ 핀업 사진의 더 기품 있는 버전이라고 저자는 꼬집는다. 이러한 비너스의 이미지는 여성의 몸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기대를 형성한다. 피를 흘리거나 털이 자라서는 안 되고 항상 매끈한 피부를 가져야 하는 것이다.

저자는 또 비너스와 함께 성모마리아 이미지가 비현실적인 모성의 묘사를 불러왔다고 지적하고, ‘에우로페의 겁탈’ 등 강간 문화를 용인한 문제작들을 이야기한다. 책은 메두사, 마녀 등 괴물 같은 여성을 다루며 끝나는데, 이 괴물 같은 여성은 가부장제가 추구한 여성상에 저항한 여자들에 대한 남성의 공포가 만들어낸 허상이다. 256쪽, 1만7000원.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박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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