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지난 10월 24일 거래소 서울사옥에서 가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외국인에게 투자 문호를 개방한 지 30년을 맞아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당면 과제로 건전한 기업 지배구조와 주주 중심 경영 정착, 외국인 접근성 개선, 시장 투명성 제고 등을 제시했다.  김호웅 기자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지난 10월 24일 거래소 서울사옥에서 가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외국인에게 투자 문호를 개방한 지 30년을 맞아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당면 과제로 건전한 기업 지배구조와 주주 중심 경영 정착, 외국인 접근성 개선, 시장 투명성 제고 등을 제시했다. 김호웅 기자


■ 현안인터뷰 - 손병두 한국거래소이사장

상장기업들 주가순자산비율
선진국 절반 · 신흥국 60% 불과

주주 배당액 비율 늘리는 등
자본시장 선진화 수준 높여야

증시 악재들은 거의 다 나와
레고랜드같은 사고가 ‘복병’

공매도 금지 심리효과 있지만
부작용 막을 출구전략도 필요
증안펀드는 규모 · 타이밍 중요


전 세계적인 고강도 긴축으로 국내외 증시가 엄청난 타격을 받는 속에서 유독 한국 증시의 하락률이 두드러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지난 10월 17일 현재 코스피는 연초 대비 25.5% 하락한 반면, 같은 기간 미국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500은 22.8%, 일본 닛케이는 7%, 중국 상하이종합은 15.2% 각각 떨어졌다. 지난 10년(2012∼2021년) 기준 한국 상장 기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선진국의 52%, 신흥국의 58%, 아시아·태평양 국가의 69% 수준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여러 요인이 있지만 자본시장 선진화 수준이 여전히 미흡한 사실도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부채질한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거래소를 책임지고 있는 손병두(58) 이사장은 “올해로 외국인 투자자에게 문호를 개방한 지 30년이 지났지만 시가총액 세계 13위에 이른 외형 성장에 비해 내적으로는 미성숙한 ‘청소년기’를 아직도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고 한국 자본시장의 현주소를 진단했다. 문화일보는 10월 24일 손 이사장을 만나 한국 자본시장의 발목을 잡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자본시장 선진화를 완성해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긴급 처방을 들어 봤다.

― 국민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을 먼저 드리겠다. 시장은 언제 좋아지나.

“내년 말 정도까지는 별로 좋은 소식은 없을 것 같다는 얘기를 많이들 한다.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지 않겠느냐. 저희가 바라는 것은 계속 어려워지는 상황임을 사람들이 예상하고 그에 따라 움직이면 고통은 있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 해결이 되리라’ 하는 그런 기대를 할 수가 있는데, 중간에 사고가 안 터지기를 바라고 있다. 그나마 희망적인 이야기를 하면 악재는 나올 것이 다 나왔다. 전쟁은 언젠가 끝날 것이고 기름값도 올라갔다가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을 것이며 금리는 올리겠지만 어느 순간에는 사이클을 멈출 것이다. 돈을 풀었으니까 언제든 조여야 할 테고, 그때의 고통은 우리가 감내해야 하는 것 아니냐.”

― 앞으로 우려되는 최악의 상황은.

“신뢰가 무너지는 사고다. 레고랜드 사태도 비슷한데, 받을 돈을 못 받는다, 누가 갚아야 할 돈을 안 갚는다, 맡겼는데 못 찾는다 등의 사고다. 금융은 자기 돈만 갖고 운영하는 게 아니라 남의 돈을 끌어다가 돌리는 연속이다. 디딤돌 하나씩 건너면서 가야 하는데 멀쩡하다고 생각한 디딤돌이 망가지면 확 무너지게 된다. 그러니까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대한 의사결정은 굉장히 신중해야 하는데 그 중요성을 망각하거나 잘 몰라 약속이 깨지는 순간 큰 사고로 번질 수 있다. 이번에 교훈을 얻었기 때문에 그런 판단에서 신중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훗날 예방주사를 아주 세게 잘 맞았다고 생각하기를 바란다.”

― 한국증시의 낙폭이 해외증시에 비해 크다고 한다. 얼마나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심각한 상황인가.

“‘북밸류’(장부가격) 대비 어느 정도 주가가 형성돼 있느냐는 보통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갖고 많이 본다. 선진국 대비로 보면 우리가 절반 정도밖에 안 된다. 신흥시장은 한 60%, 아태 국가는 70% 정도 수준이다. 선진국은 말할 것도 없으며, 신흥국보다도 우리가 낮다. 물론 주식이 싸니까 앞으로 ‘업사이드 포텐셜(상승 잠재력)’이 있다고도 볼 수 있겠으나, 문제는 이 주식은 안 오르는 주식이라는 인식이 전반적으로 확산돼 있다는 점이다.”

― 원인은 뭐라고 보는가.

“기본적으로 수입 의존적이고 외환 리스크에 취약한 경제구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큰 변동성을 안고 있다. ‘킹달러’ 때문에 유럽, 일본조차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는 이에 더해 풀어야 할 문제가 더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는 아주 옛날 얘기다. 지배구조, 주주 경시 풍조 등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부채질하는 원인이라고 본다.

시장에서는 물적 분할을 한 다음 상장하는 거라든지, 대주주들이 상장 후 옵션을 행사하고 나가는 거라든지,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이래로 많은 노력을 했다. 정부도 올해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할 것이라고 한다. 당기순이익을 배당 또는 자사주 매입으로 활용하는 주주 환원비율만 봐도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서 현저하게 낮다. 우리가 30% 수준인데 미국은 95% 정도 된다. 엄청난 차이가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항상 비판하는 대목이 사주들의 주주 경시 풍조다.”

― 처방도 부탁드린다.

“시장이 어렵지만 이런 시기일수록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가장 시급한 것은 디스카운트 요인 해소라고 생각한다. 우선, 시장이 투자자들이 존중받고 공정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지배구조 개선,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등이 이와 다 연관돼 있다. 또 외국인들이 투자하기에 큰 불편함이 없도록 개발도상국적 관행을 벗어나 선진국적 관행으로 고쳐 나가는 것도 그렇다. 크게는 ‘외환 거래 자유화’도 필요하겠지만 작은 일부터 고쳐 나갈 수 있다. 가령, 외국인 투자자 가운데는 영문공시가 부족해 잘 몰라 투자를 못 하는 경우도 많다. 영문공시를 확대하고, ‘외국인투자자 등록제’도 꼭 필요한 것 이외에는 과도한 부분은 과감하게 풀어줄 필요가 있다. 시장 운영과 관련해 거래시간을 늘려달라는 요구도 외국인이 불편하다면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무엇보다 시장 질서를 바로잡아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 내부자들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하는 경우가 적잖게 적발된다. 시장을 잘 감시해 건전한 풍토를 만들어 속는 시장, 사기당하는 시장이 아니라는 점을 잘 인식시켜야 한다.”

― 체질 개선을 위한 근본적인 처방을 말씀하셨다. 응급 처방으로 개인 투자자들은 공매도 전면금지를 요구하기도 하는데.

“경제적·합리적 판단 70∼80%, 정무적 판단 20∼30%를 해야 하는 어려운 사안이라고 당국자들은 생각한다. 경제적·합리적 판단 측면에서 먼저 살펴보면 주가 부양에 도움이 된다는 실증적인 결과 자체가 없다. 최고 권위자인 이관휘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연구결과도 그렇고, 금융연구원의 연구 결과도 그렇고, 많은 분이 연구했지만 공매도가 실제 주가를 하락시켰다는 실증적인 결과가 없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나 이번 코로나19 사태 때도 해외에서는 공매도 금지를 한 나라가 없었다.”

― 국내에서 일부는 금지하고 있는데.

“해외에서도 우리가 일부 도입을 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대형주는 자유롭게 하고, 중·소형주는 금지하고 있다. 이를 전면 금지하라는 요구인데, 경제적·합리적 측면에서 보자면 이유가 없다고 얘기하는 것이 맞겠지만, 시장에 미치는 심리적 효과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당국자로서 근무했었는데 장기적으로 큰 효과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심리가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스무딩 오퍼레이션(환율 안정화 조치)’을 했다. 주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심리 제어장치로서 필요하다면 검토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장 심리가 극도로 나빠져 추락하고 있을 때는 제동장치로 사용할 수 있다. 문제는 부작용이다. 공매도 금지를 하면 원·달러 환율이 즉시 1500원 넘게 뛰어오를 것이라고 경고하는 분들이 많다. 외국 투자자들이 빠져나가고, 주가를 더 하락시킬 것이라는 우려다. 결과적으로 시행한다고 하면 언제 다시 정상화할 거냐에 대한 ‘엑시트 플랜(출구전략)’까지도 시장과 투명하게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 공매도를 시종일관 전면금지하고 범죄시하는 국가라는 낙인이 찍히면 아무리 지배구조를 손본다고 해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볼 때 ‘저 나라는 언제든 이런 식으로 불합리한 규제를 가할 수 있는 나라’라는 인식을 하게 한다.”

― 증시안정펀드 투입도 같은 고민일 것으로 보인다. 전체 시가총액에 비하면 극히 일부인데, 제대로 마중물 효과를 낼 수 있겠는가.

“결국은 한 줌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당국이 그 정도 노력도 안 하느냐는 것에 대한 대응일 것이다. 지금 거론되는 규모 갖고는 부족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크다. 결국, 타이밍이 중요하다.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을 잘 잡아야 한다. 시장에서 최고 전문가라고 정평을 받는 분들이 운용 책임을 지고 있으므로 잘 판단할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도 지난 10월 초 이사회에서 3000억 원짜리 자금납입요청(캐피털콜)에 응하겠다는 의결을 했다. 증권 관계 기관이 7600억 원을 낸다는데, 시중에서 11조 원을 만든다. 당국에서 채권시장안정펀드의 경우 1조6000억 원 남은 돈을 쓰려고 하다가 바로 20조 원을 투입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증시안정펀드도 명확하게 얼마라고 맞춰놓은 건 없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심리를 안정시키는 데 필요한 정도의 규모를 나중에 대여할 여지도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의사결정 주체가 아니어서 조심스럽지만, 심리를 다스리는 데 필요한 정도의 타이밍과 규모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한국의 자본시장 선진화 수준을 평가해 달라.

“자본시장 선진화는 워낙 포괄적인 개념이다. 양적인 것들은 이미 우리가 커졌다. 선진시장으로 올라왔다고 보이는데 시총 기준으로 봤을 때 계량적인 것 이외의 것들은 수준이 굉장히 낮다. ESG도 굉장히 우리나라 평가 수준이 낮다. 다른 나라에 비해 주주환원 비율도 낮은 수준이다. 그런 순위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이 불편하게 생각하는 시장 순위가 있다면 높지 않을 것 같다. 질적인 부분에서는 꽤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려운 그런 형편이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질적인 부분이 개선되면 나중에 좋은 시절이 왔을 때 충분히 치고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그걸 만들어 나가는 게 향후 2∼3년간 열심히 해야 할 일이다.”



“디지털증권시장 내년말 개설 추진 … 변화에 민첩 대응 ‘애자일 조직’ 으로 변화”

■ 손이사장의 향후 구상은…


“경쟁 시대를 맞아 더 젊고 기민한 조직으로 변신해 시장과 글로벌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앞으로 어디에 가장 역점을 둘지 묻자 이처럼 답했다. 손 이사장은 대체거래소(ATS) 출범을 2014년 핀테크(금융 정보기술(IT)) 산업이 태동할 때에 빗댔다. 그는 “ATS가 내년에 출범한다고 하니 이제 작게나마 경쟁이 시작되는 것”이라면서 “핀테크를 찻잔 속의 태풍으로 알고 아주 우습게 봤지만, 지금은 기존 은행에 굉장히 위협적인 존재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향후 ATS가 어떤 식으로 발전해 나갈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경쟁자가 없던 거래소에는 적잖은 자극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거래소는 시장 트렌드에 충실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내년 12월을 목표로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을 둔 증권형토큰(STO)을 거래하는 디지털 증권시장 개설을 추진 중이다. 손 이사장은 “‘뮤직카우’ 같은 조각투자는 확실히 증권성이 있다고 당국에서 판단했기 때문에 발행 주체가 아닌 공적 기관인 거래소에서 유통 플랫폼으로 이바지하길 원한다”면서 “해외 사례도 벤치마크하고, 금·배출권 등 신규 시장을 개설한 경험이 있어 준비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국내는 미국과 달리 증권성의 범위에 대해 제한적으로 보고 있다”면서 “관련 시장의 대중화를 위해서라도 타협점을 찾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말했다.

손 이사장은 거래소가 공적 기업이라는 내부 인식을 타파하고 유연한 사고와 막힘 없는 소통을 북돋기 위해 취임 초기부터 부단히 노력했다. 아이디를 추적할 수 없게 한 사내 익명 게시판을 설치하고 서류 결재를 없애도록 했다. 불필요한 일을 줄이고, 상하 관계도 유연해지니 새로운 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구상도 자유롭게 공유하는 풍토가 조성되기 시작했다. 2023년 12월까지 남은 임기 동안 거래소가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애자일(Agile)’ 조직으로 탈바꿈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2020년 12월 취임한 손 이사장은 한국 증시의 ‘희비’를 함께 겪고 있다. 2021년 1월 코스피는 1956년 3월 3일 거래소 개장 이후 65년 만에 3000을 돌파하는 새 역사를 썼다. 손 이사장은 정통 관료 출신이지만 풍부한 실무 경험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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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서울 출생 △서울 인창고·서울대 국제경제학과 및 행정대학원 석사·미국 브라운대 경제학 박사 △행시 33회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선임 이코노미스트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 △기획재정부 외화자금과장·국제금융과장·주요 20개국(G20) 기획조정단장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금융정책국장·상임위원·사무처장·부위원장 겸 증권선물위원장

이관범·정선형 기자
정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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