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시 수상동 안동병원에 입원했던 박정하 씨가 11일 퇴원 후 병원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안동시 수상동 안동병원에 입원했던 박정하 씨가 11일 퇴원 후 병원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봉화광산 매몰 221시간만에 구조된 박정하 씨 오늘 퇴원

“갱도 폐쇄 후 슬러지 쌓고
작업했다면 사고 안 났을 것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정부, 철저한 안전점검해야”



안동 = 글·사진 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

“동료 광부들은 전국 곳곳 막장의 어둡고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일하고 있습니다. 부디 이런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와 각 관련 기관에서 애써 줄 것을 간곡히 호소합니다.”

경북 봉화군 아연 광산 갱도 매몰사고로 고립됐다가 극적으로 구조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작업반장 박정하(62) 씨가 보조 작업자(56)와 함께 11일 퇴원했다. 박 씨와 보조 작업자는 지난달 26일 사고 이후 221시간 만에 세상의 빛을 봤으며 지난 5일부터 안동시 수상동 안동병원에 입원해 탈진, 저체온증,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등 치료를 받아왔다.

박 씨는 이날 오전 퇴원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국내 광산 작업 환경은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며 “정부와 관련 기관은 광산에 대한 철저한 안전점검으로 광부들이 안심하고 작업할 수 있도록 노력해 주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또 그는 “전국 광산 근로자들은 대한민국 발전을 이룩한 ‘산업 전사’로 존경받을 자격이 있으며, 자부심을 갖고 일한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금속 20개, 비금속 301개, 석탄 4개 등 총 325개의 국내 광산에서 5590명의 근로자가 일하고 있다.

그는 특히 “이번 사고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다”며 “광부들이 작업하는 막장이든 안 하는 막장이든 안전한 조치가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실태를 관리·감독 기관이 정확하게 판단하고 결정을 해야 하는데, 이를 소홀히 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직접적인 이유로는 제1 수직갱도에 덤프트럭으로 부은 슬러지가 물을 따라 흘러내리면서 붕괴한 것을 들었다고 했다. 그는 “갱도를 완벽하게 폐쇄한 다음 슬러지를 쌓는 방식으로 작업했다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구조 당국이 한 명의 생명이라도 살리기 위해 현장에서 24시간 처절한 구조활동을 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구조에 앞장선 동료 광부와 119구조대원, 산업부 동부광산안전사무소 관계자를 비롯해 생존 확인을 위해 시추작업을 한 민간·군부대 등 각 기관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광산 구조대로 일한 적은 있지만 직접 고립되는 상황을 겪은 것은 처음”이라며 “다시는 광산에서 일하지 않고 사회단체 등과 연대해서 광산 근로자들을 위해 활동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싶다”고 밝혔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박 씨와 보조 작업자에게 퇴원 축하 꽃다발을 선물했다. 도는 박 씨와 보조 작업자 구조에 든 비용 전액(약 4억 원)을 경북도 재해구호기금으로 부담하기로 했다.
박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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