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을 보면 ‘○○날’이 의외로 많다. 이런 날들은 정치·사회·문화적으로 의미가 있어 공식적으로 정한 것이고, 그중 중요한 것은 국경일로 기념하기도 한다. 그런데 달력에는 표시되지 않지만 젊은이들의 머릿속 일정표에 각인돼 있는 ‘□□데이’도 꽤 있다. 그 시작은 외국의 성인을 기념하는 ‘밸런타인데이’일 텐데 그 이후로 ‘화이트데이’를 비롯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그중에서 가장 특이한 날은 역시 11월 11일을 기념하는 날일 것이다.

이러한 날들이 제정된 데에는 각각의 이유가 있겠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날이 모두 음식과 관련된 날, 나아가 그 음식을 팔기 위한 장삿속으로 변질돼 지탄을 받기도 한다. 관련성이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왜 이날에 초콜릿과 사탕이 빠져서는 안 되는지, 그것도 온갖 화려한 포장을 씌워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시작은 의미가 있고 소박했겠지만 상술이 개입하다 보니 어느 순간 본래의 의미는 잊히고 그저 음식 선물을 주고받는 날이 돼 버렸다.

11월 11일은 1이 네 번 겹치다 보니 이를 닮은 과자로 기념하는 날이다. 본래 1990년대의 경남 지역 여고생들이 이날에 친구끼리 과자를 나누면서 과자 모양처럼 빼빼해지자는 의미였으니 시작은 자발적이었다. 그러나 제조사가 마케팅에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과대포장 문제와 택배 대란이 큰 문제로 불거지고 있다.

적당히 먹어서 날씬한 몸을 유지하는 것은 보기에 좋을 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좋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날씬하게, 혹은 빼빼하게 되지는 않는 법이니 일 년 내내 애써야 더 멋지고 건강해진다. 다른 날도 마찬가지다. 정해진 날만이 아니라 살아가는 모든 날에 주변 사람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면 굳이 기념일을 따로 둘 필요가 없다. 유행가에서 오늘이 일생 중 가장 젊은 날이라고 표현하듯 매일을 같은 마음으로 기념하는 것도 좋겠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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