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 몰려 사고 우려’ 정보보고서 삭제 및 직원 회유 의혹으로 수사받아
일부 동료에게 극단적 선택 암시 메시지 보내
이태원 핼러윈 압사 참사 발생 이후 안전사고를 우려하는 내용의 사전 정보보고서를 부당하게 삭제했다는 의혹으로 수사를 받아온 용산경찰서 간부가 숨진 채 발견됐다.
11일 낮 12시45분쯤 용산경찰서 정보계장 정모(55) 경감이 서울 강북구 수유동 자택에서 숨져 있는 것을 함께 살던 가족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발견 당시 상황으로 미뤄 정 경감이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구체적인 경위를 확인하고 있다.
아직까지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정 경감은 전날 일부 동료에게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정 경감은 이번 참사에 앞서 ‘핼러윈 기간 많은 인파가 몰려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는 내용의 정보보고서를 작성한 정보관의 업무용 PC에서 해당 문건을 삭제하고, 이 과정에서 정보과 직원들을 회유·종용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경찰 특별수사본부에 입건돼 수사를 받고 있었다.
특수본은 지난 7일 정 경감과, 그의 상관인 김모 전 정보과장(경정)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증거인멸·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하고, 용산서 정보과 직원들을 차례로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해 왔다.
정 경감은 아직 소환 통보를 받지는 않은 상태였다.
정 경감은 지난 6일까지 정상 근무를 하다가 특수본에 입건된 직후부터 연차 휴가를 냈다. 지난 9일에는 김 과장과 함께 대기발령 조치됐다.
특수본은 정 경감의 사망 경위를 파악한 뒤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윤희근 경찰철장은 이날 오후 8시 37분쯤 정 경감의 빈소를 찾아 약 20분간 조문하고 유족과 대화를 나눴다.
윤 청장은 장례식장을 떠나며 취재진에게 “갑작스럽게 비통한 소식을 접하고 정말 누구보다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진심으로 깊은 애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윤 청장은 “가족분들은 고인의 이런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말씀이 있었다”고 전하고 “경찰청장으로서 경찰청 차원에서 최선을 다해 고인의 30여년 경찰관으로 국가를 위해 헌신하신 그 삶이 정당하게 평가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윤 청장은 ‘특수본의 무리한 수사라는 지적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한편, 정 경감의 사망으로 참사 책임을 둘러싼 이른바 ‘꼬리 자르기 논란’은 더 증폭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정보보고서 삭제 지시가 용산경찰서가 아닌 서울지방경찰청 차원에서 내려졌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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