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인출 사태로 유동성 위기에 빠진 가상화폐거래소 FTX가 11일(현지시간) 결국 파산 신청을 했다. FTX의 부채만 최대 500억 달러(약 66조 원)에 달하는데, 이는 가상화폐 업체 사상 최대 규모로 실물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FTX는 이날 트위터에 올린 성명에서 “전 세계 모든 이해 당사자들의 이익을 위해 자산을 현금화하고 질서정연한 검토 절차를 시작하기 위해 델라웨어주 법원에 파산법 11조(챕터 11)에 따른 자발적인 파산보호 절차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또 FTX는 ‘코인계의 JP 모건’으로 불리던 30세 샘 뱅크먼-프리드 FTX CEO가 물러났으며, 존 J. 레이 3세가 CEO직을 승계한 뒤 파산 절차를 진행한다고 전했다. 레이 CEO는 엔론 사태 청산인 출신의 구조조정 전문가다. 파산법 11조는 회생 가능성이 없는 기업의 청산을 규정한 7조나 개인파산 절차를 담고 있는 13조와 달리 파산법원 감독하에 구조조정 절차를 진행해 회생을 모색하는 제도로, 한국의 법정관리와 유사하다.
FTX의 파산 신청은 가상화폐 역사상 최대 규모다. 파산신청서에 따르면 FTX 부채는 100∼500억 달러이며, 자산도 부채와 같은 규모다. FTX에 대한 채권자는 10만명 이상이다. 파산보호 신청 대상에는 이번 위기의 진원지인 알라메다 리서치 등 130여 개 계열사도 포함됐다. 알라메다로 인해 발생한 FTX의 채무는 1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와 로이터 통신 등은 “글로벌 코인 거래소 중 한때 3위를 기록했던 코인 제국이 유동성 위기로 순식간에 무너졌다”고 전했다.
FTX 파산 신청 소식 직후 가상화폐 시장은 또 급락했다. 가상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미국 서부시간 기준 오전 11시 15분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3.4% 하락한 1만6786달러에 거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