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모욕죄 폐지 법안 발의…국회 심사 중

법조계 “모욕죄 폐지 발의하고, 정작 상대방 고소”

공수처 수사 범위 아닌 ‘모욕죄’, 공수처에 고소한다고 발표




자신을 ‘직업적 음모론자’라고 지칭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모욕죄로 고소한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과거 모욕죄는 수사력 낭비를 초래한다며 폐지해야 한다는 법안을 발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모욕죄 폐지 법안 발의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되려 본인이 상대방을 모욕죄로 고소한 것을 두고 법조계에선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14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4월 황 의원은 같은 당 최강욱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형법 일부개정법률안 발의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여기엔 황 의원 외 9명(최강욱 의원 포함)의 민주당 의원들도 포함됐다.

황 의원은 개정안을 통해 형법 311조가 규정한 모욕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모욕의 범위는 광범위하여 헌법상 보호받아야 할 표현의 자유까지 규제할 수 있다”며 “타인에 대한 비판이나 풍자, 해학을 담은 표현, 인터넷상 널리 쓰이는 다소 거친 신조어 등도 해당될 수 있고 처벌 대상이 되는 표현을 사전에 예측하는 것이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모욕죄는 사적 다툼에서 상대방을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 남용되는 사례가 많이 발생해 수사력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며 “단순한 모욕에 대해선 시민 사회의 자기 교정 기능에 맡기거나 민사적 책임을 지우고 모욕이란 광범위한 개념을 잣대로 표현의 허용 여부를 국가가 재단하지 못하도록 모욕죄를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해당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돼 심사를 받고 있다.

문제는 모욕죄 폐지 법안을 발의한 황 의원이 정작 지난 8일엔 한 장관을 모욕죄로 고소했기 때문이다. 황 의원은 본인을 ‘직업적 음모론자’라고 지칭한 한 장관의 발언이 모욕죄에 해당한다며 서울경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한 장관은 전날(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도중 “김어준 씨나 황 의원과 같은 직업적인 음모론자들이 국민적 비극을 이용해서 정치 장사를 하는 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한 장관의 발언은 황 의원, 김씨 등이 방송을 통해 “윤석열 정부와 한 장관이 ‘마약과의 전쟁’에 나선 게 이태원 압사 참사의 원인이다”라고 주장한 것에 반박하며 나온 것이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선 “본인이 표현의 자유를 규제한다며 폐지해야 한다고 법안을 발의하고, 정작 자신이 상대방을 그 모욕죄로 고소했다”며 “발의안 개정안부터 취소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그는 지난 7일 페이스북에 고소를 언급하며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소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러나 정작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공수처법에 따르면, 고위공직자의 모욕 혐의는 공수처 수사 대상이 아니다. 논란이 되자 황 의원은 8일 관련한 페북 글에서 ‘공수처’ 부분을 지웠고, 고소장은 서울경찰청에 제출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본인이 발의한 모욕죄 폐지 법안이 국회 심사 중인데 상대방을 모욕죄로 고소하고, 자신들이 주도해서 만든 공수처의 수사 대상도 아닌 사건을 공수처에 맡긴다고 발표했다”며 “상당히 역설적이다”고 꼬집었다.

염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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