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가 암기·루블화 사용 등 거부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침공 8개월 만에 남부 요충지 헤르손을 탈환한 배경엔 굴복하지 않는 시민들의 단결이 있었다는 평가가 13일 나왔다. 기세를 탄 우크라이나군은 도네츠크 전선에 병력을 재배치하며 동진(東進)을 노리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헤르손 주민과의 인터뷰를 통해 “러시아군의 ‘러시아화’ 작업이 헤르손에선 전혀 효과가 없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군이 강요한 러시아 국가 암기를 거부하거나 “우크라이나에 영광을!”이라는 구호와 함께 수업을 시작하는 등의 저항이 대표적 사례다. 상점에서 러시아 화폐인 루블화로 결제하라는 압박에도 우크라이나인들은 자국 화폐인 흐리우냐를 고집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 3월 수도 키이우(키예프) 인근 부차에서 발견된 민간인 잡단 학살 현장이 헤르손에도 존재하는지 찾기 시작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동부 도네츠크의 마린카와 아우디이우카를 콕 집어 반드시 탈환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뒤숭숭한 모습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사상적 스승인 알렉산드르 두긴은 이날 “러시아는 다른 어떤 것에도 항복할 수 없다”며 이례적으로 헤르손 철군을 비판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집권당 ‘국민의 종’의 다비드 하라하미야 대표는 내년 하반기 양측의 평화협상이 재개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이 협상 조건으로 제시한 우크라이나 영토 회복 등의 요구를 러시아에서 받아들일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다수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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