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일 경기 화성서 ‘뉴 캠퍼스’ 기공식… 3년간 2400억원 투입

극자외선 노광장비 독점 공급
글로벌 반도체 시장 ‘슈퍼 을’

완공 땐 빠른 장비 보수 가능
삼성 · 하이닉스 경쟁력 높일 듯
트레이닝센터, 기술전수 기대


극자외선(EUV)을 이용해 반도체를 생산하는 노광장비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네덜란드의 ASML이 오는 2025년까지 2400억 원을 투입해 경기 화성에 재(再)제조 센터와 트레이닝 센터를 포함한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한다. ASML은 반도체 초미세 공정에 필수인 노광장비를 세계 시장에 독점 공급하면서 업계에서는 이른바 ‘슈퍼을(乙)’로 불린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 대만의 TSMC와 각축 중인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ASML과의 강력한 파트너십 구축이 핵심 과제로 꼽혀 왔다. 시설이 완공되면 ASML과 국내 반도체 업체 간 협력 관계가 한층 강화하는 것은 물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핵심 장비 유지·관리가 지금보다 훨씬 쉬워져 국내 반도체 산업 경쟁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ASML은 오는 16일 오전 경기 화성에서 페터르 베닝크(사진) ASML CEO와 문동민 산업부 무역투자실장, 김동연 경기지사 등 16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화성 뉴 캠퍼스(New Campus) 기공식’을 열 예정이다.

베닝크 CEO는 기공식을 하루 앞둔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 고객(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비즈니스가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데 이번 투자는 단지 시작일 뿐”이라며 “재제조 사업도 한국에서 대규모로 시작할 예정인데 이는 우리 기술이 고객에게 더 가까이 있다는 것을 뜻하고 한국 시장에도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ASML은 ‘화성 New Campus’를 통해 1만6000㎡ 부지에 심자외선(DUV)·EUV 노광장비와 관련한 부품 등의 재제조 센터와 첨단기술을 전수하기 위한 트레이닝 센터, 체험관 등을 건립할 계획이다. 특히 재제조 센터가 완공되면 기존에 ASML 장비를 구매한 삼성전자 등이 이전처럼 해외에 제품을 이송해 수리를 맡기지 않더라도 국내에서 조기 보수가 가능해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ASML은 트레이닝 센터 구축을 통해 직원과 고객사를 대상으로 DUV와 EUV 장비에 대한 심화 교육도 제공할 방침이다. 베닝크 CEO는 “트레이닝 센터와 체험관을 자사와 고객사 직원뿐만 아니라 초·중·고·대학생에게도 개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을 기점으로 ASML과 삼성전자 등 국내 업체 간 협업 관계가 한층 공고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노광장비 분야에서 여러 경쟁사가 있었지만 ASML에 밀려 대부분 낙오했고 독점적, 압도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며 “이런 업체가 국내에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만큼 향후 국내 업체들과의 협업 강화를 비롯해 다양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업계 관계자는 “ASML 입장에서는 TSMC에 버금가는 주요 고객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인데 국내에 연구·개발(R&D) 센터 등을 구축한다는 자체가 한국을 주요 시장으로 보고 본격 서비스를 시작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베닝크 CEO는 반도체 시장 전망에 대해서는 “2023년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장기적으로 반도체 산업은 향후 10년간 연평균 9% 성장을 달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세대 노광장비 출시 계획에 대해선 “‘하이(High) NA’ EUV 노광장비를 오는 2024년 출시할 예정인데 가격은 현재 3억 유로(약 4000억 원) 안팎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병철·박수진 기자
장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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