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인 지난 12일 오후 3시 장대비가 내리는 가운데 서울 광화문역 2번 출구 앞에서 ‘제1차 윤석열퇴진중고등학생촛불집회’가 열렸다. 대부분 교복 위에 우비를 입은 중·고교생 60여 명 등 150여 명의 학생과 시민이 모여 ‘일제고사 부활야욕 중고생 선제타격. 중고생의 힘으로 윤석열 퇴진’ ‘중고생촛불집회탄압 국민의힘 사과하라’ 등의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야욕’ ‘선제타격’ 등 친북 운동권 집회에서 익숙하게 봐온 용어를 어린 학생들이 들고 있어 생경한 풍경이었다.
25세나 되지만 촛불중고생시민연대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최준호 전 통합진보당 청소년 비대위원장은 “대통령을 쫓아내고 나라를 뒤바꿨던 4·19혁명, 2016년 촛불혁명을 누가 일으켰느냐”고 말했다. 중고생촛불집회는 이날을 시작으로 매주 토요일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간에 연다고 한다. 자체 집회를 마친 중고생들은 용산 대통령 집무실 주변으로 이동해 촛불승리전환행동의 ‘이태원 참사 책임자 처벌촉구 집회’에 합류했다. 핼러윈 사고 희생자들의 추모식을 진행하겠다고 연 이 집회에서도 주된 구호는 “윤석열 퇴진”이었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기 전에 중고생촛불집회 주최 측이 11월 5일 1차 집회 개최예고 포스터를 홈페이지에 올리면서 준비물로 ‘교복(드레스코드)’ ‘깔고 앉을 공책’이라고 적은 걸 보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취임 6개월도 안 됐고, 엄청난 비리가 드러난 것도 아닌데 윤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중고생들만의 특이한 집회를 열면서 교복을 입고 나오라고 한 속셈이 너무도 저열하고 노골적이라고 느껴졌다. 어린 청소년들조차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한다는 주장을 시각적으로 과장하기 위한 것으로, 속이 뻔히 보이는 치졸한 선전술이다.
이 조직의 강령엔 학생인권을 보장한다며 화장(化粧)·두발·복장 자유를 적시하고, 중고생의 숙박시설 사용과 자취생활 등에 관한 자유를 요구하기도 한다. 강령에 복장 자유를 내걸면서 시위 드레스코드로 교복을 지정한 건, 자기모순이자 자가당착이다. 이러다 자칫 ‘윤석열퇴진아줌마촛불집회’라는 조직이 만들어져 ‘준비물-영유아 태운 유모차’라고 적은 포스터를 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