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후 인도네시아 발리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 아세안 · G20 순방 결산
문정부의 ‘균형 외교’ 벗어나 적극적인 ‘가치 외교’로 이동
“자유 · 평화 · 번영 추구가 목표” 한 · 미 · 일 공조강화 기조 확인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 워싱턴=김남석 특파원
미국과 중국은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각각 포괄적 경제안보 동맹과 ‘진정한 다자주의’를 내세우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 주도의 경제 안보 동맹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중국에는 동북아 평화를 위해 북한 비핵화에 적극적인 역할과 선택을 촉구했다. 문재인 정부가 미·중 사이에서 벌였던 ‘균형 외교’에서 탈피해 적극적인 ‘가치 외교’로 무게추를 옮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15일 귀국길 페이스북 메시지는 물론 한·중 정상회담에서 “동아시아와 국제사회의 자유, 평화, 번영을 증진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한·중 양국의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강조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한·중 정상회담에서 “보편적 가치와 규범에 기반해 국제사회의 자유·평화·번영을 추구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외교 목표”라고 말했다. 한·미·일 공조 강화 기조를 분명히 하고,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결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윤 대통령의 발언에는 북한 핵 고도화와 잇단 도발에 있어 중국의 선택을 촉구해야 한다는 정부의 판단이 깔려있다. 중국이 북한의 후원국 역할을 해오는 동안 북한은 핵무기를 고도화해왔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북핵과 관련해 “북한의 합리적인 우려를 고려해야 한다”며 북을 두둔하는 발언을 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이러한 중국 움직임에 대해 북핵·미사일 위협이 중국이 가장 우려하는 미군의 아시아 지역 군사력 증강을 초래할 수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실제 미국은 중국이 북한을 제지하지 않을 경우 동아시아 군사력을 증강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며, 한국과 일본에선 미 전술핵 재배치를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동아시아 주둔 병력은 유사시 중국이 핵심 이익으로 강조해온 대만해협 등에 투입이 가능하다. 중국이 역내 미군 증강 여부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이유다.
한편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정책·인력 산실인 브루킹스연구소는 14일(현지시간) ‘미·중 경쟁시대 인도·태평양 정책 보고서’에서 북핵·미사일 위협을 지적하며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와 안정·평화를 촉진하는 데 건설적 역할을 하도록 더 압박해야 한다”며 “항공모함·전투기·핵잠수함 등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배치해 대북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고서 공동저자인 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중국이 건설적 역할을 원하지 않으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추가 배치가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