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남자의 클래식 - 브람스 ‘교향곡 1번’

평소 베토벤 우상으로 여겨
슈만 서곡에 감명받아 작곡

첫 악장 완성에만 7년 걸려
화려함 대신 중후한 낭만성
‘베토벤 10번 교향곡’찬사


오페라가 성악의 꽃이라면 기악 음악의 절정은 교향곡이다. 교향곡이야말로 작곡가의 악상과 역량을 그 어떤 장르보다 큰 규모와 길이로 드러낼 수 있는 기악 장르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작곡가들의 음악적 결실은 교향곡에 담겨 있는 경우가 많다.

‘교향곡의 아버지’라 불리는 하이든은 평생 100편이 넘는 교향곡을 남겼고 모차르트는 41개, 베토벤은 9개의 교향곡을 남겼다. 그리고 이들의 경우 초기 작품보다는 작곡가들이 작법에 있어 원숙기에 들어서는 중기나 후기 교향곡들이 완성도가 더 높다. 하지만 브람스는 그 경우가 다르다. 브람스는 그의 첫 교향곡인 교향곡 1번부터 여느 작곡가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형식미와 밀도 높은 감동을 안겨준다.

브람스 교향곡 1번은 ‘베토벤의 10번 교향곡’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브람스는 베토벤 숭배자였다. 집 안에 베토벤의 흉상을 걸어두고 그 아래서 작곡을 할 정도였다. 베토벤이 이룬 업적, 특히 교향곡에 대한 브람스의 경외감은 대단한 것이어서 그는 쉽게 교향곡을 작곡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넘기 어려운, 그러나 반드시 넘어야 하는 커다란 산과 같았다.

로베르트 슈만(Robert Alexander Schumann)이 평론지를 통해 “브람스는 베토벤의 뒤를 이을 작곡가”라고 격찬한 것도 아마 브람스에겐 커다란 압박이 됐을 것이다. 브람스는 “내 등 뒤에는 커다란 발자국 소리를 내며 쫓아오는 거인이 있다”고 고백한 일이 있다. 그 거인이 바로 베토벤이다.

1855년 브람스는 슈만의 서곡 ‘만프레드’(overture to Manfred, Op. 115)에 감명받아 교향곡을 작곡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첫 악장을 완성하는 데만 무려 7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브람스는 베토벤의 걸작인 9번 교향곡 ‘합창’을 늘 의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쉽게 작곡을 할 수가 없었다. 첫 악장을 완성한 뒤로도 작곡은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고 마침내 1876년 교향곡이 완성됐다. 그의 나이 22세에 착수한 첫 교향곡이 43세가 돼서야 세상에 나온 것이니, 무려 21년의 시간이 걸린 셈이다.

브람스 교향곡 1번에 붙은 ‘베토벤의 10번 교향곡’이라는 별명은 한스 폰 뷜로(Hans Guido Freiher von Bulow)의 “드디어 제10번 교향곡이 나타났다”는 평론 때문에 생긴 것이다. 이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베토벤의 위대한 고전주의 양식을 굳건히 이어갔다는 의미이고, 베토벤의 색채가 강하게 드러나 브람스의 개성이 부족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작품에는 브람스 특유의 애수 어린 서정이 가득하다. 고전주의의 탄탄한 형식미에 낭만주의 채색을 더한 느낌을 받는데 악기의 구성이나 표현 방법에 있어서 화려함은 배제돼 있고 중후한 낭만성 이상을 넘어서지 않는다. 이성적인 작곡가답게 잘 짜인 구조의 형식미와 더불어 음색의 콘트라스트, 오케스트레이션의 탁월한 밸런스가 돋보인다.


■ 오늘의 추천곡

제1악장 : Un poco sostenuto 서주를 여는 불길한 팀파니와 콘트라베이스의 반복적인 울림은 브람스의 교향곡에 대한 강박관념을 암시한다. 바이올린과 첼로는 반음씩 상승하고 비올라와 목관은 반음씩 하강하며 긴장감을 자아낸다.

제2악장 : Andante sostenuto 1악장과 대비되는 느리고 차분한 악장으로 제1주제의 목관에 이어 바이올린 독주의 제2주제로 온화하게 이어진다.

제3악장 : Un poco allegretto grazioso 현을 뜯듯이 연주하는 첼로의 피치카토 위에 브람스가 사랑했던 악기인 클라리넷의 선율이 특히 아름답다.

제4악장: Adagio 작품 중 가장 아름다운 악장으로 트롬본과 클라리넷의 멜로디는 마치 모진 운명으로부터의 극복을 상징하듯 벅차게 울려 퍼진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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