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당시 바이든 러닝메이트 0순위 꼽히고 보건복지 장관 후보로도 거론 선거자금 1억 달러 쏟아부은 억만장자 라이벌 제치고 첫 흑인 여성 시장 확정
캐런 배스 미국 연방 하원의원. 페이스북 캡처
워싱턴=김남석 특파원
민주당 소속 캐런 배스(69) 연방 하원의원이 인구 400만 명의 미국 제2의 도시 로스앤젤레스(LA) 역사상 첫 여성 시장이자 두 번째 흑인 시장으로 16일(현지시간) 선출됐다. 한때 조 바이든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거론되기도 했던 배스 의원은 시장 부임 직후 노숙자 관련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1만7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주택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AP통신·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LA 카운티 선거관리국은 이날 오후 개표율 74% 상태에서 배스 의원이 53.1%를 득표해 46.9%를 얻은 릭 카루소 후보와의 격차를 6.2%포인트(4만6578표) 차로 벌려 남은 개표 결과와 관계없이 당선이 확정됐다고 밝혔다. 이날 당선 확정으로 배스 의원은 취임 후 뉴욕에 이어 미국 제2의 도시인 LA를 이끄는 첫 여성 시장이자 두 번째 흑인 시장으로 등극하게 됐다.
배스 의원은 민주당 강세 지역인 LA에서 2011년 이후 6선에 성공한 데다 바이든 대통령,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카밀라 해리스 부통령 등 민주당 핵심 지도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자신의 돈 1억 달러(약 1336억 원)를 선거자금으로 쏟아부은 억만장자 부동산업자 카루소 후보의 맹추격에 선거 막바지까지 피 말리는 접전을 벌였다.
LA 출신인 배스 의원은 대학 졸업 후 의사 보조 및 임상강사로 일하다 사회운동에 뛰어들었고 2004년 캘리포니아 주의회 의원으로 선출된 뒤 2008년에는 주의회 의장에 올랐다. 2010년 다이안 왓슨 전 의원의 권유로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그는 86%의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됐고 이후 내리 6선을 했다. 의회 내 흑인 의원 모임인 블랙 코커스 의장을 맡기도 한 그는 2020년 대선 당시 바이든 당시 민주당 대선주자의 러닝메이트 0순위로 거론됐고 내각 구성 과정에서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로 거론된 바 있다.
LA 역사상 첫 여성 시장으로 선출됐지만 배스 의원 앞에는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 특히 3만여 명을 훌쩍 넘는 노숙자 문제는 시장선거 당시 최대 쟁점이자 당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카루소 후보는 선거 과정에서 취임 첫 300일 동안 노숙자 3만 명을 수용할 임시주택을 건설하겠다고 약속했으나 배스 의원은 카루소 후보의 제안이 비현실적이라며 첫해 약 1만7000명을 수용하겠다고 공약했다. 치솟는 범죄율과 인종차별, 부패 등의 문제도 배스 후보의 발목을 잡을 난제다. 실제로 배스 의원은 지난해 9월 자신의 집에 강도가 침입해 집에 보관 중이던 권총 2자루를 훔친 사건이 시장선거에 출마한 계기가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선거 과정에서 “현재 LA 분위기는 1992년 폭동 이전의 공포로 가득 찬 불신과 분열을 떠올리게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