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현지시간) 유동성 위기로 파산 신청을 한 가상화폐 거래소 FTX 관련 사이트 화면에 "입금하지 말것을 강력히 권고한다"(We strongly advise against depositing)는 안내문구가 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13일(현지시간) 유동성 위기로 파산 신청을 한 가상화폐 거래소 FTX 관련 사이트 화면에 "입금하지 말것을 강력히 권고한다"(We strongly advise against depositing)는 안내문구가 떠 있다. AFP·연합뉴스


블룸버그 “가상화폐 세계, FTX 붕괴 계기로 큰 도전 직면”

세계 3대 가상화폐 거래소였지만 최근 법원에 파산 신청을 한 FTX의 붕괴 여파가 가상화폐 대부업계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신규 대출 및 환매 중단에 나서거나 FTX가 인수를 추진하거나 돈을 빌려줬던 업체들은 파산 신청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가상화폐 대출업계 큰 손인 제네시스 트레이딩은 이날 신규 대출 및 환매를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제네시스는 이번 업무 중단에 관해 FTX 사태 여파로 비정상적인 인출 요청이 현재 유동성을 초과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업체는 또 “우리의 우선순위는 고객 자산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신규 유동성을 위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으며, 다음 주 고객들에게 설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제네시스는 앞서 FTX 계좌에 1억7500만 달러(약 2300억 원)의 자금이 묶여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제네시스의 지급 불능을 우려한 고객들이 자금을 서둘러 인출하려고 해 유동성 위기를 맞은 것으로 보인다.

제네시스의 이번 대출 중단 결정으로 가상화폐 거래소 제미니도 고객 자금 상환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제미니는 ‘제미니 언’이라는 이자 지급 프로그램에서 제네시스와 협력하고 있다. 그러나 제네시스가 일시 환매 중단을 선언하면서 고객들에게 자금 상환이 어렵게 된 것이다.

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FTX로부터 한때 자금 지원을 받았던 코인 대부업체 블록파이가 파산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록파이도 유동성 위기에 고객의 자금 인출을 중단했다.

앞서 블록파이는 지난 6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가격 하락으로 직격탄을 맞아 업계에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FTX가 2억5000만 달러 한도로, 기업을 위한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인 리볼빙 크레디트(Revolving Credit)를 제공한 바 있다.

또 FTX가 인수를 발표했던 코인 중개·대부업체 보이저 디지털도 다른 인수자를 찾아야 할 상황이다. FTX는 지난 9월 당시 약 2조 원에 파산한 이 대부업체를 인수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가상화폐 관련 업계의 이 같은 ‘도미노 위기’에 관해 블룸버그는 탈중앙화를 기치로 디지털 자산을 빌려주며 풍선처럼 부풀었던 가상화폐 세계가 FTX 붕괴를 계기로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전했다.

박준희 기자
박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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