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얼굴) 대통령은 17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회담 및 오찬을 함께했다. 윤 대통령은 국가 실권자인 빈 살만 왕세자를 용산 집무실이 아닌 한남동 관저로 초청해 극진히 환대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빈 살만 왕세자와 회담을 하고 양국 간 도시 인프라 개발, 원전, 방산 등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회담 직후에는 관저에서 오찬을 대접했다. 윤 대통령은 빈 살만 왕세자를 위해 파격적인 회담 장소와 환대 방식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외빈에 각별한 예우를 갖추고자 하는 대통령 부부의 뜻을 반영해 회담장이 관저로 전격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40여 분간 진행된 고위급 회담은 리셉션 장에서, 윤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의 단독 환담도 40여 분간 거실과 정원 등 가족 공간에서 이뤄졌다. 오찬은 70분간 진행됐다.
해외 정상급 인사의 공항 영접은 통상 외교부 장관이 수행하지만, 빈 살만 왕세자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직접 맞았다. 빈 살만 왕세자는 이날 새벽 0시 30분 성남 서울공항에서 한 총리와 만나 환담한 뒤 숙소인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로 이동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이날 늦은 밤 출국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빈 살만 왕세자가 한국에 머무는 시간 중 약 2시간 30분을 함께했다.
대통령실이 이처럼 국가 정상도 아닌 빈 살만 왕세자에게 공을 들이는 것은 사우디에서 추진하는 ‘네옴시티’ 건설과 ‘비전2030’ 때문이다. 석유자원 고갈을 대비한 중장기 사회·경제 정책 ‘비전2030’에는 20∼25년간 총 16기의 원전 건설 계획이 담겨 있다. 빈 살만 왕세자는 2030년까지 방산기술 자국화도 추진 중이다. 우리 정부는 단순 무기 수출이 아닌 기술 이전을 통한 사우디 내 현지 생산 지원 방식을 내걸고 적극적인 방산 세일즈 활동을 펼쳐왔다.
윤 대통령도 빈 살만 왕세자 방한을 계기로 이뤄지는 기업들의 수주 성과를 따로 보고받는 등 각별한 관심을 쏟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원전과 방산은 인프라 및 안보 산업인 만큼 최고위층 의사결정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사우디와의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경쟁이 수주 성과에 미칠 영향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제2의 중동 특수’를 기대하는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앞으로의 엑스포 유치 경쟁에서 어떻게든 사우디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고위 관계자는 “(사우디와는) 선의의 경쟁 관계”라며 “유치 경쟁과는 별개로 한·사우디 협력관계를 가져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