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루스트 그래픽 │ 니콜라 라고뉴 지음 │ 정재곤 옮김 │ 민음사

‘소설가들의 소설가’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1871∼1922) 사후 100주기다. 13권에 이르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한국어 번역이 완간되고, 미출간 단편선 등이 나온 가운데, ‘프루스트 백과사전’이라고 할 만한 책이 나왔으니, 바로 ‘프루스트 그래픽’이다. 102만3170단어로 이뤄진 방대한 작품에 도전해 보고 싶지만,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았던 이들을 프루스트에 입문시켜줄 안내자이자, 프루스트를 안다고 자부하는 독자들에겐 그의 세계를 다시, 새롭게 느끼게 해줄 신선하고 흥미로운 책이다.

책은 100여 가지 인포그래픽으로 프루스트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한눈에 읽고 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100주년이라 100개인지는 모르겠으나, 프루스트라면 100개의 인포그래픽쯤은 어렵지 않다. 생각해보라, 이미 콧수염의 형태만 다섯 개나 나온다. 책은 어렴풋한 인상으로 남아 있는 프루스트의 ‘콧수염’을 샅샅이 찾아낸다. 연필 모양, 칫솔 모양, 그리고 채플린과 니체 풍 콧수염도 길렀다. 그는 천식, 불면증, 위장병, 소화 장애 등 지병도 많아 약도 많이 썼다. 수면제만 해도 6종류. 또, 카페인 정제를 넣은 커피를 열일곱 잔까지 마셨다. 책은 “사실상 문학사를 통틀어 가장 심각한 마약 중독자 중 하나”라고 말한다.

그는 독서에 관한 수많은 명문장도 남겼다. 이걸로 추측해보는 그의 서재. 그의 소설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천일야화’는 분명히 읽었으리라. 또한, 성적 은유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가스통 보니에의 ‘대 식물지’를 자주 펼쳐 봤고, 스스로 언급했듯이 “위대한 러시아 작가”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분명 방 어딘가에 뒀을 것이다.

책은 프루스트가 살던 시대에 일어났던 굵직한 사건들과 인구학적 수치, 부르주아 가정의 소비 행태, 그가 다녔던 여행지와 수입까지 상세하게 보여주는데, 그는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았으나 도박을 좋아했고, 주식 투자에 빠져 막대한 손실을 입기도 했다.

작가에 대한 정보, 소설을 이루는 지식, 각종 수치를 망라한 책은 진기하면서도 당연하다. 작가의 문학관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지는 못하지만, 작가에 대한 호기심은 기대 이상으로 채워주니까. 그리고 그것은 문학이 존재하는 한 영영 사라지지 않을 것이니까. 그런데, 프루스트는 모든 걸 ‘들킨’ 이 책을 싫어하지 않았을까? 끝으로 생기는 호기심은 바로 이것이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박동미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