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이책 - 내 거야 다 내 거야

노인경 지음 | 문학동네


그림책 독자 연령의 폭이 넓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책에 처음 재미를 붙이는 어린이 독자를 위한 작품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노인경의 그림책 ‘밤이랑 달이랑’ 시리즈는 귀중한 표본이다. 2021년 8월에 세 권이 나왔고 이번에 두 권이 더 나와서 다섯 권이 되었다. 까슬까슬한 밤송이머리에 누나 바라기인 밤이, 자신도 한창 자라는 중이지만 모험 앞에서는 조금 더 듬직한 누나 달이는 둘만의 이야기를 쌓는 중이다. 대표적인 남매 캐릭터가 될 조짐이 보인다. 그중에서도 ‘내 거야 다 내 거야’는 재미와 완성도에서 대적할 책이 없다. 아이들보다 훌쩍 키가 큰 대파가 등장하는 표지부터 강렬하다. 게다가 대파와 호랑이라니 상상해본 적이 없는 한국형 판타지의 조합이다. 노인경 작가는 그동안 간직했던 곶감과 호랑이, 떡과 호랑이에 대한 기억을 말끔히 지우면서 우리 마음속에 새로운 모험 서사 하나를 쓴다.

달이는 동생 밤이와 실랑이를 벌이다가 대파를 사러 둘이 같이 하모니마트에 간다. 짝이 맞지 않는 식탁 의자, 집에 돌아와서도 태권도복을 입고 노는 모습 등이 우리 곁에 있는 어린이들의 모습과 생활 그대로다. 둘이서 걷는 골목길에는 ‘대파 공인중개사 사무실’이 있고 오는 길에는 영업을 시작하지 않은 포장마차도 있다. 대파는 길고 무거우며 심부름을 위해 준비된 인내심은 짧다. 슬슬 긴장이 높아지고 아이들은 산과 물을 건너 호랑이를 만난다. 코끼리 아저씨에게 아기 코끼리들을 위해 백 개의 물방울을 나르게 했던 노인경 작가는 저녁에 먹을 감잣국을 위한 대파 한 줄기로 아이들의 성장을 이끌고 실패한 모험 또한 성공한 모험이라는 절묘한 공식을 만들어낸다. “네가 사온 파도 들었네”는 누나 달이의 마음이 담긴 속 깊은 문장이다. 48쪽, 1만1000원.

김지은 서울예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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