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상승 영향으로 기업과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시중은행에 대출금리가 최고 연 9.78%로 적힌 안내 현수막이 붙어있다. 윤성호 기자
기준금리 상승 영향으로 기업과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시중은행에 대출금리가 최고 연 9.78%로 적힌 안내 현수막이 붙어있다. 윤성호 기자


■ 기업 · 가계 고금리 충격

한계기업 연체율 2배 높아질듯
9월까지 법인파산 신청 738건

서울 주택매매지수도 28주 하락
영끌 · 빚투족 이자부담 위험수위




경기 둔화, 원자재 가격 급등, 환율 상승 등 복합 악재로 전례 없는 경영위기에 봉착한 기업들이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까지 떠안게 되면서 그야말로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금리 인상에 취약한 한계기업(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의 어려움은 더 커지고 있다. 가계대출 이자 부담도 커져 취약계층 생활고가 가중되고, 주택 매매·전세 시장의 ‘동반 마비’까지 겹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빚투(빚내서 투자)족’의 부채도 점점 위험 수위에 도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한국경제연구원의 ‘금리인상에 따른 민간부채 상환부담 분석’ 보고서를 보면, 한계기업의 이자부담액은 지난 9월 5조 원에서 다음 달 6조3000억 원, 내년 12월에는 9조7000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가파른 금리인상으로 대출 연체율은 두 배 이상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돼, 한계기업의 부실 위험도가 크게 상승할 것으로 한경연은 예상했다. 대법원 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1∼9월 법인파산 신청은 73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9.5% 늘어났다.

한경연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연간 이자부담액은 지난 9월 13조9000억 원에서 내년 12월에는 19조1000억 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가계대출 금리 상승으로 인해 가계대출 연체율은 현재 0.9%에서 내년 말에는 1.02%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승석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영끌·빚투족이 한계 상황으로 내몰리고, 가계대출 연체율이 높아져 가계는 물론 금융기관 건전성까지 악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시장 경색까지 맞물리면서 리스크는 더욱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69.2)는 70을 밑돌며 10년 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28주 연속 내림세다. 전국 아파트 전세수급지수(78.4)는 부동산원의 수급지수 조사 시작 이래 10년 4개월 만에 처음으로 80 밑으로 떨어졌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금리가 안정되는 내년 상반기까지 구매심리가 위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병철 부동산R114 팀장은 “급격한 금리 인상 기조가 바뀌기 전까지 매수심리 회복은 쉽지 않아 보이는 만큼, 규제 완화 등 부동산 연착륙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경연 관계자는 “금리인상 충격으로 취약계층의 채무상환능력이 악화하고 소비 둔화, 대출원리금 상환 지연 등으로 전체 금융시스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성훈·김병채·이승주 기자 tarant@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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