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집권 연립 여당이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리면 2만 유로(약 2800만 원)의 보너스를 주는 법안을 발의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성당 결혼식의 전통을 복원하자는 취지지만, 이탈리아가 종교 국가가 아닌 세속 국가인 점을 망각한 법안이라는 비난이 목소리가 높다.
2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에 따르면 도메니코 푸르쥴레 등 집권 연립 여당 동맹(Lega) 소속 의원 5명이 최근 하원에 발의한 이 법안은 성당에서 결혼한 커플에게만 보너스를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민의 86%가 가톨릭 신자인 이탈리아에선 성당이 가장 보편적인 결혼식 장소지만 최근 들어선 시청에서 올리는 결혼식이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코로나19 대확산을 계기로 시청에서 직계 가족들만 참석하는 간소한 결혼식을 선호하는 현상이 확산하면서 성당 결혼식은 뚝 끊겼다. 이 법안은 성당 결혼식의 전통을 되살리기 위해 그 비용을 국가 차원에서 보조해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법안은 하원에 제출되자마자 야권의 거센 반발에 부닥쳤다. 같은 집권 연립 여당인 전진이탈리아(FI)의 마라 카르파냐 의원은 “우리는 여전히 교황이 왕인 나라에 살고 있다”며 비꼬았다. 논란이 커지자 총리실에서도 제동을 걸었다. 총리실은 이번 법안이 의회에서 발의된 것으로 정부는 이에 대해 논의한 적이 없다며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푸르쥴레 의원도 결국 한발 물러섰다. 그는 “종교적인 결혼에 드는 비용을 고려해 결혼 장려 차원에서 내놓은 법안”이라며 “의회 토론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모든 결혼식으로 보너스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전개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정환 기자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