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앞두고 회식, 송년회 등 각종 술자리가 늘고 있다. 하지만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즐겁게 마무리하려는 취지와는 달리 잦은 술자리는 건강 관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극심한 통증이 동반되는 ‘통풍’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통풍은 혈액 내 요산의 농도가 높아지면서 생성된 요산 결정이 관절 부근에 쌓이고 주변 조직에 염증을 일으켜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요산은 단백질 중 하나인 퓨린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부산물이다. 보통 대·소변과 함께 배출되지만 퓨린이 다량 함유된 음식을 섭취해 요산이 과하게 생성될 경우 혈중 요산 수치가 증가해 통풍의 발생 위험이 커진다.
문제는 술자리 음식 대부분이 통풍에 안 좋은 음식이라는 점이다. 술자리에 빼놓을 수 없는 맥주, 소주 등의 주류 뿐만 아니다. 소고기, 돼지고기 등의 붉은 고기류, 곱창, 막창 등의 육류 내장류, 콜라, 사이다 등의 음료도 퓨린이 다량 함유돼 이를 섭취할 경우 혈중 요산 수치가 증가한다.
국내 통풍 환자 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도 살펴볼 대목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통풍 환자는 2017년 40만3882명에서 지난해 49만7702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남성 호르몬이 신장의 요산 배출을 억제함으로 인해 환자의 약 92%가 남성이었다. 이중 40~50대가 21만1178명으로 절반 가량을 차지할 만큼 중년층에서 다발하는 경향을 보인다.
통풍 환자 대부분은 갑작스럽게 극심한 통증이 느껴지는 급성 통풍성 관절염으로 질환을 인지한다. 주로 엄지발가락에 나타나며 발등, 발목 등에 발생하기도 한다. 증상이 시작되면 통증과 함께 부기와 저림, 열감 등이 나타나 심할 경우 보행에도 어려움을 준다.
한번 증상이 나타나면 1~2주 지속되다가 서서히 호전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이는 통증 부위의 열감으로 요산 결정이 녹아서 나타나는 양상으로 완치가 아니라는 사실에 주의해야 한다. 통풍을 그대로 방치하면 증상이 재발하거나 만성 통증, 관절 변형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엄지발가락이 붓고 통증이 느껴질 경우나 유독 밤에 관절통이 심할 경우에는 통풍을 의심하고 조속히 전문의를 찾아 적절한 치료에 나서야 한다.
한방에서는 체내 요산 수치를 낮추는 데 초점을 두고 한약 처방과 침·약침, 뜸 등으로 통풍을 치료한다. 우선 주요 치료법인 한약 처방을 통해 혈액순환을 촉진해 요산의 원활한 배출을 돕는다. 이후 통풍에 효과적인 대추혈과 신주혈, 곡지혈 등의 혈자리에 침을 놓아 통증을 완화한다. 순수 한약재 성분을 인체에 무해하게 정제한 약침은 관절 주위에 염증을 해소시킨다. 이와 함께 뜸 치료를 병행하면 신진대사를 촉진시켜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무엇보다 통풍은 지속적인 요산 수치 관리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건강검진 시 본인의 혈중 요산 수치를 먼저 파악하고 평소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현명하다. 금주는 기본이며 육류 소비량을 줄이고 요산의 배출을 돕는 저지방 우유와 채소, 수분 섭취에 신경을 쓰자.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정상 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고 해서 ‘통풍(痛風)’이다. 실제로 요산 결정이 체온이 낮을 때 더 잘 생기는 만큼 요즘과 같이 칼바람이 불고 추운 겨울철에 통풍이 더 많이 나타나고 통증도 심해진다. 통풍을 경계하고 건강을 생각해 불필요한 술자리는 최대한 줄이는 연말연시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