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중국 ‘반정부 백지혁명’
흰색 방역복 입은 요원 조롱
SNS 배경화면 흰색으로 설정
공산당정권 검열 저항 상징으로
중국 코로나 확진자 첫 4만명 돌파
“백지(白紙) 혁명은 오직 자유, 존엄, 우리를 위한 중국을 원한다. 우리 세대의 혁명이다. 주최자는 바로 나다.”
베이징(北京)·상하이(上海) 등을 중심으로 당국의 고강도 봉쇄 조치를 비판하는 중국인들의 반정부 시위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특히 20~30대 젊은이들과 SNS가 주축이 됐다는 점이 기존과 차별점이다. 공산당 검열에 대한 저항의 상징인 ‘백지’와 휴대전화를 손에 든 중국 젊은이들은 공안의 탄압을 기록해 전 세계에 알리고, SNS 배경화면을 흰색으로 바꾸며 저항하고 있다.
대만 자유(自由)시보와 BBC 등에 따르면 중국 온라인상에는 ‘백지 혁명’을 위한 3가지 시위 방식이 확산하고 있다. 첫째는 SNS 프로필 사진과 배경을 흰색으로 바꾸고 ‘#백지 혁명’ ‘#A4레볼루션’이라는 해시태그를 달 것, 두 번째로 본인 거주 지역 복도, 식당, 공원 주변에 백지를 붙일 것, 마지막으로 길거리에서 백지를 들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옆에서 함께 백지를 들고 시위에 참가하라는 것이다. 실제로 27일 중국 난징(南京)의 한 기차역에서 한 여성이 홀로 백지를 들고 서 있자 그 옆에 백지를 든 10여 명이 모여 ‘침묵 시위’를 이어가는 장면이 중국 SNS상에서 올라왔다. 일각에서는 이번 ‘백지 혁명’이 흰색 방역복을 입어 ‘대백(大白)’이라 조롱당하는 방역요원에 대한 신세대들의 풍자가 담겼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또 시위대는 ‘봉쇄 해제’ ‘시진핑 국가주석 퇴진” 등의 구호를 외치다가 공안에 폭행당하거나 팔·다리가 묶인 채 연행되는 시위대의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유튜브·트위터 등에 올리면서 이를 전 세계에 중계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연대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데, 이날 영국 런던에 있는 중국대사관에는 수백 명의 사람이 몰려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 같은 중국인들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는 매우 이례적이다. 3년여간 지속된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피로감 누적과 코로나 재확산세가 일차적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중국의 코로나19 일일 확진자는 27일 기준 4만347명으로 사상 처음 4만 명을 돌파, 5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가혹한 봉쇄 정책에 방치됐다가 숨지는 사례가 잇따른 데 이어 22일 우루무치(烏魯木齊) 화재 사고로 봉쇄돼 있던 주민 10여 명이 사망한 게 도화선이 됐다. 2022 카타르월드컵 중계를 통해 마스크를 벗은 전 세계인의 모습을 본 중국인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또 다른 요인으로 분석된다.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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