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전한 食·醫·藥, 국민건강 일군다 - 식약처, 환자식 표준제조기준 7종서 12종으로 확대
고령 인구 · 만성질환자 늘면서
관련 시장 年 6.9% 성장 관측
염증성장질환용 등 새기준 마련
밀키트 가능케 ‘식품분류’ 신설
공급 다양화로 환자선택권 확대
50대 A 씨는 몇 년 전 당뇨병에 걸렸다는 건강검진 결과를 받은 후 식단 관리를 바로 시작했다. 평소 즐기던 흰 쌀밥과 튀김, 간식을 끊고 채소와 현미밥 위주로 식사하니 식욕은 뚝 떨어졌다. 집에서 음식을 준비하다 보니 식단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일반 식단으로 먹는 다른 가족들과 구분해 끼니마다 식사를 따로 준비해야 하는 번거로움 탓이다. 외식도 마음 편하게 하긴 힘들다. 나트륨과 당분이 많은 음식이 많아서다. 특수의료용도식품(환자용 식품)은 물에 타서 마시는 조제분유나 음료 형태가 많아 입맛에 맞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가정간편식(HMR) 형태 환자용 식품이 나오면서 맛있는 음식에 대한 욕구를 상당히 해소할 수 있게 됐다.
질병이 악화되지 않기 위해 일반인과 달리 일상적인 식사를 하기 어려운 환자를 위한 환자용 식품이 대폭 확대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근 고령인구와 만성질환 증가 등으로 환자용 식품의 역할이 커지자 관련 시장 성장 동력을 활성화하는 데 나선 것이다. 식약처는 환자용 식품이 다양하게 공급돼 만성질환자들의 선택권이 늘어날 수 있도록 환자용 식품 표준제조기준을 7종에서 12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고령화 사회 속 환자용 식품 가파른 성장세 = 최근 국내 고령인구가 900만 명을 넘어서고 만성질환자가 계속 늘어나자 영양 관리를 간편하게 하려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19년 만성질환 진료인원수는 1880만 명으로 전년 대비 4.4% 증가했다. 만성질환은 전체 사망 원인의 83.7%를 차지했다. 만성질환으로 인한 의료비 부담도 높아졌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9년 만성질환 진료비는 34조5297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9% 늘어났다. 국내 환자용 식품 시장 규모도 2016년 538억 원에서 2021년 1668억 원으로 약 3배로 증가하면서 가파르게 성장했다. 환자용 식품은 질병을 앓는 환자들이 식사를 대신해 영양을 섭취할 수 있도록 제조된 식품을 말한다. 만성질환자들은 질병 때문에 일반인과 요구되는 영양이 달라 일상적인 식사를 통해 올바른 영양 관리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건강 기능성 식품들이 판매되고 있지만 질병을 직접 치료하거나 예방하기 위한 제품은 환자용 식품에 포함되지 않는다. 질병의 치료나 예방 목적이면 의약품으로 분류된다. 비타민과 무기질 등 특정 영양성분을 섭취하는 목적을 지녔다면 건강기능식품이다. 감기, 허리디스크, 치매처럼 음식을 반드시 가려서 먹어야 하는 병이 아닌 경우에도 환자용 식품 대상이 아니다.
최근 해외 환자용 식품 시장에서는 기본 영양보충제품을 비롯해 열량, 단백질, 섬유소 등을 강화한 제품이 앞다퉈 출시되고 있다. 이 중 선천성 대사질환자용 제품이 가장 많이 생산된다. 한 가지 특정 질환뿐만 아니라 저단백질 식품, 면역강화용 환자용 식품 등 다양한 증상에 적용할 수 있는 제품들이 개발돼 시장 성장 가능성도 높다. 글로벌 리서치 그룹인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전 세계 의료용 식품의 시장 규모는 약 123억 달러(약 16조5000억 원)였지만 2022년에는 210억7000만 달러(약 28조2000억 원)로 연평균 6.9%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됐다.
◇고혈압, 폐·간질환 등 다양한 환자용 식품 공급 = 국내업체들은 환자용 식품에 관심이 많지만 시장은 주로 식약처가 제조기준을 제공하는 분말과 액상 등 표준형 위주로 이뤄졌다. 식약처가 표준제조기준을 6종만 정해놓자 환자용 식품을 다양하게 만드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업계 요청은 끊이지 않았다. 이에 식약처는 2016년 말 환자용 식품 기준 6가지를 ‘단일 유형’으로 통합하고, 업체 스스로 과학적 사실에 근거한 자율기준을 정해 환자용 식품을 만들 수 있도록 허용했다. 하지만 시장 효과는 없었다. 업계가 자율기준 개발 비용과 과학적 근거 실증에 대한 부담으로 제품 개발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2020년 11월 식약처는 규제를 재정비했다. 시장 수요가 많은 만성질환에 대해 기존처럼 표준제조기준을 제공하고, 이외 질환에 대해 업체가 자율기준을 정해 제조하도록 표준형과 맞춤형 이원화 체계로 식품분류체계를 손봤다. 특히 밀키트 등 HMR형 식사관리제품을 출시할 수 있도록 ‘식단형식사관리제품 식품분류’를 신설했다. 집에서 치료하는 환자가 편리하게 일상식 형태로 식단 관리를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꾼 것이다.
최근 식약처는 환자용 식품이 다양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환자용 식품 표준제조기준을 7종에서 12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새로운 기준이 마련되는 환자용 식품은 고혈압환자용, 폐질환자용, 간질환자용, 염증성 장질환자용, 전해질 보충용 등 5종이다. 현재 환자용 식품 표준제조기준은 △일반환자용 △당뇨환자용 △신장 질환자용 △암환자용 △장질환자용 △열량 및 영양공급용 △연하곤란자용 점도조절식품 등 7종에만 있다. 그동안 고혈압 맞춤형 식품 등을 개발할 때는 제조자가 직접 실증자료를 준비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환자용 식품은 질환 특성을 고려해 만들어진다. 고혈압환자용 식품은 나트륨, 칼륨 등 함량을 별도로 설정해 혈압관리에 도움을 주도록 제조된다. 폐질환자용 식품은 탄수화물은 낮추고 지방은 높여 호흡 부담을 낮춰 준다. 간질환자용 식품은 열량공급과 분지아미노산 등 성분을 활용해 간에 부담을 줄여주고 근손실 방지에 도움을 준다. 간질환이 있으면 영양소 대사기능이 떨어져 식욕부진, 근손실이 동반되는 걸 감안한 것이다. 염증성 장질환자용 식품은 가수분해단백질 등으로 소화흡수를 개선하고 장 건강 유지에 도움을 주도록 만들어진다. 수분·전해질 보충용 제품은 고열, 설사 등으로 탈수와 전해질 불균형이 발생한 경우 수분과 전해질을 체내에 빠르게 공급할 수 있게 제조된다.
고혈압환자용 제품과 수분·전해질 보충용 제품의 표준제조기준은 업계 의견수렴 등을 거친 후 연내 행정 예고될 예정이다. 폐질환자용 등 나머지 3종은 내년부터 제품별 표준제조기준을 개발할 계획이다.
당뇨용 밀키트 · 암 식단 구독… 커지고 편해지는 케어푸드
■ 식품업계 출시 잇따라
현대그린푸드, 당뇨식단 24종
풀무원, 배송서비스 전국 확대
최근 한국 사회가 고령화되고 정부 규제가 완화되자 식품업계에서는 환자용 식품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올랐다. 시장 잠재력이 커지면서 주요 업체들이 간편한 밀키트 형태로 환자용 식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환자용 식품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는 당뇨 환자용 식품이다. 식품 출시도 활발하다.
현대그린푸드는 지난 3월 초 케어푸드 브랜드 ‘그리팅’의 당뇨 식단 24종을 내놓았다. 시판되는 당뇨 식품 중 식단 수가 가장 많다. 현대그린푸드는 2019년부터 서울아산병원 당뇨병센터와 혈당 개선 연구를 하면서 당뇨에 좋다고 알려진 식재료 360가지와 이를 이용한 반찬 조리법 120종을 만들었다. 전자레인지에 2~3분 돌리면 완성되는 밀키트 형태다. 이틀에 한 번씩 새벽 배송된다. 그리팅은 최근 암환자 건강 관리를 위한 간편식 형태의 정기 구독형 식단도 내놓았다. 암환자 식단형 식품으로 인정받으려면 단백질 유래 열량 18% 이상, 포화지방 유래 열량 7% 이하 등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풀무원식품은 지난해 7월 당뇨 환자식 정기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 채소찬 2종, 단백질찬 1종, 잡곡밥 1종 등으로 구성된 ‘당뇨케어 밀플랜’ 세트(16종)를 조리해 다음 날 새벽 배송해준다.
지난해까지 수도권을 중심으로 운영하던 서비스를 올해 1월 전국 배송으로 확대했다.
풀무원은 지난해 9월 대한암협회와 암환자용 식품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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