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했습니다 - 김춘기(32) · 노유경(여·32) 부부

저(유경)는 스무 살, 대학교 신입생 때 학교 클래식 기타 동아리에서 남편을 처음 만났습니다. 여중·여고를 다녀 이성을 대할 때마다 부끄러움이 많았던 저는 동아리 남자 ‘친구’들마저도 어색해했었습니다. 하지만 186㎝의 키를 자랑했던 남편은 눈에 자꾸 들어왔었죠. 남편이 군대 가고 휴가를 나올 때마다 동아리 친구들과 같이 보면서 조금씩 친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한번은 제가 군대에서 입는 ‘깔깔이’를 보고 “입어보고 싶다”며 흘려 말한 적이 있는데, 제 생일 전날 휴가를 나온 남편이 제 이름까지 박아 깔깔이를 선물해주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생일 축하한다’는 단 한 문장의 편지(이면지에 쓴)를 보고는 저에게 관심이 없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남편의 제대 후 동아리 MT에서 급격히 친해졌고, 소주 한 잔을 기울이던 저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입을 맞추며 연애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제 첫사랑이자, 저희의 연애는 8년 넘게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결혼에 골인하게 됐습니다. 저와 남편 모두 상대가 첫사랑이자 끝사랑인 셈이죠. 저는 결혼 후 특별한 유튜브 요리 채널을 개설했습니다. 저는 병원에서 영양사로 근무하고 있는데, 제가 괴상하고 재미있는 음식을 만들면 남편이 시식을 해주는 내용으로 영상을 만들고 있습니다. 거대한 김밥, 포켓몬 주먹밥, 건치 수박, 손가락 김밥…. 남편은 주로 맛있게 먹어주곤 하는데, 잘린 손가락처럼 생긴 소시지가 삐죽 나와 있는 손가락 김밥만큼은 도저히 못 먹겠다고 한 적이 있네요. 그때 남편 표정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래도 제 음식에 함께 웃어주며 또 투덜대지 않고 먹어주는 남편이 고마울 따름입니다.

저희는 캠핑을 좋아해요. 자연 속에서 함께 요리하고,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는 게 저희 부부의 힐링법입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행복하고 재미있게 결혼 생활을 이어갔으면 좋겠어요.

sum-la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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