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했습니다 - ▲ 조준호(32)·류지원(여·29) 부부

남편을 만난 건 2018년 가을이었습니다. 지인이 원양어선 항해사를 소개해줬어요. 남편은 조만간 다시 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라 결혼 생각이 크지는 않았다고 해요. 한동안 연락을 주고받다가 드디어 부산 덕천역에서 인사를 나눴는데요. 반갑고 설레었던 그 순간이 아직도 잊히지 않아요. 제가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인데 이상하게 그날은 친구와 말하는 것처럼 편안하고 재미있었습니다. 남편이 고기를 사줘서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죠. 하하.

남편은 그날 제게 첫눈에 반했답니다. 사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은 같이 반지를 만들러 가자고 했어요. 그렇게 반지를 나누어 끼고 3개월간 달콤한 연애를 한 저희는 본격적인 장거리 연애를 시작했습니다. 남편이 1년 6개월 일정으로 항해를 떠났거든요. 사실 저는 일하고 나면 금세 시간이 갔다고 생각했는데, 남편은 태평양 바다에서 내내 차일까 봐 조마조마했다고 해요. 그렇게 항해 일정이 끝나고 귀국한 남편과의 재회는 꿈만 같았습니다. 재회의 기쁨을 만끽하던 찰나 남편은 이제 원양어선을 그만 타고 안정적인 일상을 살고 싶다고 했어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겠다는 계획도 밝혔죠.

저는 남편의 선택과 결심을 응원했습니다. 남편은 공무원 시험을 무사히 치렀고, 일주일 뒤 결과 발표를 기다리고 있었죠. 그때 갑자기 저희에게 새 생명이 찾아왔어요. 아직 직업도 없던 상황이었지만 남편은 어떻게든 먹여 살리겠다며 저와 저희 부모님을 안심시켰어요. 자신감 있게 말은 했지만, 스트레스가 컸는지 남편은 일주일 뒤 시험 결과 발표 전까지 밥도 먹지 못했어요. 다행히 합격 소식을 들은 뒤 저희는 식을 올리고 예쁜 아들을 낳았습니다. 취업 준비부터 임신 소식을 듣고 결혼하기까지 불과 4개월밖에 안 걸렸는데, 당시를 떠올리면 웃기면서도 감동이 밀려옵니다.

우리 남편, 우리 아들, 그리고 끝까지 믿어준 시어머니께 감사드립니다.

sum-la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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