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정국 보도지침 논란에 習 희화화 봇물
‘백지시위’ 등 혼란 속에 풍자 갈수록 증가


시 주석을 풍자, 합성한 사진 트위터 캡처
시 주석을 풍자, 합성한 사진 트위터 캡처


11월 말 서거한 장쩌민(江澤民) 전 중국 국가주석에 대한 추모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트위터 등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조롱하는 듯한 ‘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중국 주요 기관 홈페이지가 추모의 의미로 흑백으로 바뀐 속에서도 시 주석 사진만 ‘컬러’로 나오게 한 합성 사진도 쏟아지고 있다. 지난 10월 3연임에 성공하면서 ‘독재체제’ 구축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시 주석에게는 ‘독재자’(獨裁者) 대신 ‘독채자’(獨彩者·홀로 컬러인 사람)이란 별명도 붙었다.

SNS상에서의 이 같은 현상의 발단은 지난 1일 캐나다를 기반으로 한 중화권 매체 완웨이두저왕(萬維讀者網) 등이 보도한 중국 당국의 ‘보도지침’이다. 지침에 따르면 중국 국가광전총국은 전날 각 인터넷 홈페이지 운영사 측에 장 전 주석 추도 기간 동안 인터넷 운영자들에 ‘웹페이지 운영지침’을 전달했는데, 이날부터 7일까지의 추도 기간 동안 홈페이지 메인화면을 모두 ‘흑백’으로 바꾸되 ‘시 주석의 사진이나 20차 당대회 관련 사진이 흑백이 되지 않도록 주의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해당 보도지침의 진위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실제 많은 중국 포털 사이트나 관공서, 언론매체 등은 이 같은 지침에 맞게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평소에 단골처럼 등장하던 시 주석의 사진 기사는 메인 화면에서 사라졌고, 기사 스크롤 기능은 작동되지 않도록 해 혹시라도 시 주석의 사진이 등장하지 않도록 변경됐다.

이후 ‘과도한 의전’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면서 시 주석에 대한 풍자도 급속하게 늘고 있다. 트위터에는 중국 주요기관 홈페이지에 정말 시 주석 사진만이 컬러로 등장하는 듯한 ‘합성사진’이 등장했다. 반체제 작가인 팡저우즈(方舟子)는 “모두가 흑백인데 인민영수는 흑백이면 안 되는구나”라며 합성사진을 함께 올렸다. 흑백으로 된 홈쇼핑 사이트에 시 주석의 저서만 컬러로 표시된 합성사진도 등장했다. 모두가 흑백인 가운데 시 주석만 ‘컬러’라는 의미에서 ‘독채자’라는 용어도 인기를 얻고 있다.

평소 시 주석과 닮았다며 풍자의 대상이 돼 왔던 디즈니 캐릭터 ‘곰돌이 푸’도 빠지지 않는다. 합성사진에는 쇼핑몰 내에서 혼자 컬러인 ‘곰돌이 푸’ 인형이 단골로 등장하고 있다. 시 주석 체제에서 억압을 받아온 홍콩에서 특히 이 같은 ‘밈’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최근 반정부 시위의 상징이 된 ‘백지’를 보고 당황하거나 혼란스러워하는 곰돌이 푸 합성사진도 SNS에 속속 올라오고 있다.

SNS 상에서 공유되고 있는 중국 내 인터넷 쇼핑몰 합성사진에서 시진핑 주석의 저서(왼쪽 사진)와 곰돌이 푸 피규어 상품(오른쪽 사진)만이 컬러로 돼 있다. 쯔유스바오 캡처
SNS 상에서 공유되고 있는 중국 내 인터넷 쇼핑몰 합성사진에서 시진핑 주석의 저서(왼쪽 사진)와 곰돌이 푸 피규어 상품(오른쪽 사진)만이 컬러로 돼 있다. 쯔유스바오 캡처
강압적인 시진핑 체제를 풍자를 통해 희화화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풍자마저 엄격히 단속하는 시 주석과 ‘두꺼비’라고 불리거나 스스로 희화화되는 것에 개방적이었던 장 전 주석을 비교하는 듯한 ‘밈’도 등장하고 있다. 시 주석 집권 전까지 중국에서는 장 전 주석을 패러디한 ‘모하(膜蛤)’ 문화가 상당히 인기였다. 이에 대해 중국 당국은 해당 게시물이 ‘합성’임을 강조하면서 시 주석이 악의적으로 희화화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지만, 다수 의견은 ‘웃자’고 하는 일에 정색하는 시 주석 지지자들을 놀리는 것이 더 재밌다는 게 중국 현지 분위기다.베이징=박준우 특파원
박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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