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종 논설위원

신생아는 태어난 직후 100일 동안 놀라운 성장을 하게 된다. 키는 출생 때보다 1.2배 커지고 몸무게는 2배로 늘어난다. 시력도 처음엔 명암만 구분할 수 있다가 백일이 되면 엄마, 아빠의 얼굴을 알아볼 정도다. 뒤집기도 서서히 시도한다. 예전에는 영아 사망률이 높아 출생 후 100일까지는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이 고비를 무사히 넘겨 100일을 맞으면 부모는 이를 대견하게 생각하고 아기의 무병장수를 바라며 친지와 이웃에게 아기를 보여주고 조촐한 잔치를 벌인다.

예전 풍습에는 출생 후 입혀온 흰옷을 벗기고 빛깔 있는 옷을 처음으로 입히고 흰쌀 밥, 미역국, 백설기, 수수팥경단, 오색송편, 무지개떡 등을 준비해 ‘백일상’을 차린다. 백설기는 티 없이 맑음과 신성함을, 수수팥경단의 붉은색은 액(厄)과 부정을 막아 준다는 의미다. 떡은 백 사람에게 나눠줘야 아기의 명(命)이 길다고 하여 되도록 많은 이웃에게 백일 떡을 돌린다고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로 당 대표로 선출된 지 100일을 맞았다. 지난 8월 28일 역대 최고 득표율인 77.77%로 박용진 후보를 여유 있게 물리치고 대표로 당선됐다. 당 최고위원들도 고민정 의원을 제외하곤 모두 친명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당선되면서 ‘이재명의 민주당’이 완성됐다. 성남시장 재선-경기지사-여당 대선후보-국회의원에 이어 당 대표까지 지난 12년의 이 대표 정치 역정에는 걸림돌이 없었다. 대통령과 당 대표 등은 의례적으로 100일이 되면 기자회견을 성대하게 하면서 앞으로의 포부를 밝히는 것이 상례다. 신생아가 백일을 맞이한 것처럼, 위험한 고비를 넘기고 인간이 돼가는 과정처럼 100일이면 취임 초 얼떨떨한 상태에서 벗어나 자신의 색깔을 보여줄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5일 기자회견도 없이 지나갔다. 이유는 “민생에 집중하겠다”는 것이지만, 기자회견을 하면 온통 측근인 정진상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과 관련된 대장동 질문이 쏟아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백일 떡도 못 돌리는 처지가 됐다. 사실 당내에서는 사법 리스크가 많은 이 대표가 전당대회에 나서는 것부터 반대가 심했고, 결국 ‘방탄’ 우려가 현실이 됐다. 이러다 돌잔치는 과연 할 수 있을까.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