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시 금가면에 위치한 충주 거점산지유통센터(APC) 직원들이 지난 5일 선별장에서 소매업체로의 출하를 위해 사과를 세척하고 있다.
충주시 금가면에 위치한 충주 거점산지유통센터(APC) 직원들이 지난 5일 선별장에서 소매업체로의 출하를 위해 사과를 세척하고 있다.


■ FTA 면역력, 농촌 경쟁력 되다 - (5) 선도 APC로 각광받는 ‘충주 거점산지유통센터’

올해 스마트 시범사업자로 선정
사과 수집 · 선별 · 포장 등 자동화
농산물 가치와 소득향상에 기여

유통뿐아니라 농가생산도 개입
작황 · 생산량 논의 입고량 예측
맞춤형 납품으로 저장 손실률↓

정부, 7월 품목별표준모델 구축
내년 APC예산 221억으로 확대
농업 · 농촌 경쟁력 확보 잰걸음


충주 = 글·사진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

“마지막 소분 단계를 제외하곤 모든 과정이 자동화돼 있습니다. 거점산지유통센터(APC)와 같은 시설의 고도화로 소비자들이 원하는 상품을 공급하는 기능뿐만 아니라 생산자들에게도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상복 충주 APC 소장은 선별장 내부에서 세척을 기다리는 사과들을 가리키며 APC가 단순히 농산물이 거쳐 가는 창고로서의 기능뿐만 아니라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극적으로’ 높이는 기능을 하고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농산물의 유통구조 개혁을 통해 자유무역협정(FTA) 시장개방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며 APC의 기능도 갈수록 고도화하고 있다.

◇APC, 농산물 부가가치 증대 거점 = 지난 5일 충주시 금가면에 위치한 충주 APC에는 지난달까지 수확이 이뤄진 사과들에 대한 가공·선별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곳은 1년에 사과 1만여t을 취급하는데, 충주지역 전체 생산량의 36∼38%를 담당하고 있다. 농산물 APC는 농가가 생산한 농산물을 공동으로 수집·저장·가공·선별·포장을 통해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상품화하는 종합시설이다. 과거 농산물을 쌓아놓던 창고 기능에서 벗어나 유통시설로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곳으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유통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교섭력이 낮은 농가들이 공동으로 농산물을 출하해 거래를 규모화하고, 또 첨단기술을 활용해 농산물의 품질을 높이는 역할도 APC를 통해 가능하다. 이곳에서 농산물이 등급별로 선별·포장 출하되기에 부가가치를 높이는 기능까지 하는 셈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지자체가 각각 30%씩을 부담하고, 법인·조합이 40%를 자부담해 설립한 APC가 지역 농산물의 부가가치는 물론 농가 소득 증대에도 크게 기여한다는 결론에 이르자 정부도 예산을 점차 늘리는 추세다. 2018년 175억 원이던 APC 예산은 내년도 221억 원까지 늘어났다. 충주의 경우 규모가 큰 ‘거점 APC’로 충주 북부지역에서 생산되는 사과와 복숭아를 아우른다. 선별장과 저온저장소, 세척포장실, 선별기 등이 갖춰져 있는데 연간 처리 능력이 사과 1만 t, 복숭아 1250t에 이른다.

APC의 중요성은 유통뿐만 아니라 농가들의 생산에도 적극 개입한다는 점이다. 충주 APC의 경우, 매년 초 올해 작황과 생산량, 입고량에 대해 회원인 농가들과 논의를 한다. 올해 얼마나 생산할 수 있는지에 대해 양측은 적극적인 소통부터 한다. 이후 APC는 회원들과 입고량에 대해 약정을 체결한다. 날씨 등을 고려한 작황 정보를 공유한 후 약정물량을 정하기에 입고량 예측이 가능하다. 사과의 경우 저장성이 중요한데, 어떤 품종이 어떤 방식으로 재배됐냐에 따라 저장 기간이 달라진다. 출하·판매 시기 결정 여부도 저장 기간에 변수로 작용한다. APC는 주요 유통업체들이 원하는 시기에 납품할 수 있도록 품종별로 출하 시기를 조절하고 저장도 구분해 ‘맞춤형’ 납품으로 사과의 부가가치를 높인다. 최근 식품유통 플랫폼 업체들은 신선도 유지를 위해 당일 배송과 개별 포장 등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업체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선 충주 APC처럼 저장·선별·포장 등의 과정에서 자동화는 필수다.


세척된 사과들이 건조기를 통과(위) 한 뒤 포장과정(아래)을 거치고 있다.
세척된 사과들이 건조기를 통과(위) 한 뒤 포장과정(아래)을 거치고 있다.


◇이제는 ‘스마트 APC’= 선도 APC로 각광받는 충주 APC는 올해 ‘스마트 APC 시범 사업자’로 선정됐다. 스마트 APC는 센서, 로봇, 통신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기능을 자동화하고 데이터 기반 경영과 정보 공동활용 시스템을 갖췄다. APC의 생산자 관리부터 소매업체 판매까지 이어지는 전 과정을 ‘스마트화(化)’한다는 얘기다. 출하 농산물에 고유번호를 부여하고 물류·거래 과정에서 자동으로 정보를 전달·환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이미 충주 APC의 경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생산·유통 등 내부 시스템이 정착됐다. 포장 등 마지막 과정 일부를 제외하곤 모두 자동화된 상태다. 선별 과정에서 로봇도 도입했다. 축적된 데이터의 활용도를 높이고, 전 과정의 자동화까지 포함한 완벽한 스마트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스마트 APC의 핵심은 자동화와 정보화를 넘어 축적된 정보의 공동활용까지 포괄한다. 이를 통해 해당 품목의 상품성을 높이고 손실률을 낮추는 효과를 극대화한다. 스마트 APC의 기능을 단계별로 보면, △생산 단계에선 생산관리시스템을 통해 농가와 재배품목에 대한 정보를 확보하고 △상품화 단계에선 각종 IT 기술 및 자동화 시스템으로 저장·가공·선별·포장 등 과정의 무인화를 추진하며 △시장(소매) 단계에서는 도·소매시장과 온라인 거래소 등의 정보를 통해 최적의 판매처와 판매가를 찾는다. 농촌진흥청 원예특작과학원에 따르면 양파의 경우 스마트 APC를 통한 생산·유통 과정에서 기존 APC에 비해 저장손실률은 30% 떨어지고, 상품성은 30% 증가하며, 인력 수요는 절반 수준에 그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예측치를 내놓기도 했다.

농식품부는 올해 7월부터 스마트 APC 품목별 표준모델 구축에 돌입했다. 사과, 배, 감귤, 토마토, 파프리카, 수박, 참외, 감자, 양파, 마늘 등 10개 품목에 대해 품목 주산지에 맞는 APC의 스마트화 모델을 개발하는 작업이다. 전문가들이 참여한 협의회도 구성해 표준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스마트 APC 관련 연구·개발(R&D)에도 적극적이다. 농식품부는 농진청, 과기부 등과 인공지능(AI) 기반 센싱·저장·경영 관리기술 개발 및 실증이 가능한 APC 2개소 구축, 스마트 농산물 저장·유통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2024년까지 개별 스마트 APC의 정보화와 정보의 공동활용을 지원하는 통합지원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라며 “FTA 시장개방에 대응해 우리 농업·농촌 경쟁력 확보를 위해 APC의 스마트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확한 데이터 위해선 소통 필수… APC 성공, 농가와의 신뢰에 달려”

■ 이상복 충주 APC 소장

업체 까다로운 조건 맞추려면
산지서의 정보수집·관리 필수
컨설턴트 나서 생산과정 챙겨


“거점산지유통센터(APC)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농가와 신뢰를 먼저 쌓아야 합니다.”

이상복(사진) 충주 APC 소장은 각 지역 APC가 성공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로 ‘농가와의 신뢰’를 꼽았다. 전국에서 성공적인 거점 APC로 자리 잡은 충주 APC는 단순히 충북지역 사과·복숭아를 저장하는 공간의 기능이 아닌 유통·관리는 물론 생산에도 관여하고 있다.

이 소장은 “우리는 3∼4년 전부터 사과 생산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며 “매년 농사 시작 전 입고물량 약정을 위한 협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좋은 예”라고 말했다. 작황을 예측하고 농가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청취한 뒤, 농민의 의견을 반영해 입고량을 미리 정하면 모든 게 예측 가능해진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수확기에도 생산량이 입고량과 큰 차이가 없다. 농가와 소통을 하니 이들로부터 생산 데이터를 확보하는 일도 훨씬 수월하다. 농민들도 처음엔 APC의 이런 개입에 대해 불편해하는 점이 없지 않았는데 적극적인 활동으로 이젠 달라졌다. 전문 컨설턴트가 나서 농약·비료 관리를 돕고, 생산 과정에 대해 꼼꼼하게 조언을 해 납품 단가를 결정할 때도 크게 만족하는 결과를 얻고 있다. 판매가격이 만족스러우니 APC의 도움을 마다할 리 없다.

이 소장은 “스마트 APC도 마찬가지”라며 “유의미한 데이터 수집을 위해 농가들이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최종 소매판매업체의 까다로운 조건들을 맞추기 위해선 산지에서의 정확한 정보 제공과 이에 따른 재배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전문가들은 스마트 APC 구축과 관련해 데이터·관리 부분에 많은 관심이 있지만 실제 현장에선 자동화가 좀 더 절실하다”고 진단했다. 이 소장은 “자동화를 통해 인건비를 절감하고, 손실비용을 최소화해야 APC 운영은 물론 농가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가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농업선진국과 경쟁 역시 비용절감에 달려 있다”며 “APC가 자유무역협정(FTA) 등 농산물 시장개방에 맞설 수 있는 국내 농업의 방패 역할을 하기 위해서라도 스마트화가 서둘러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 제작지원/
2022년 FTA이행지원 교육홍보사업
박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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