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at - ‘우주항공청’ 전문가 제언

청 단위의 소기구 출범 우려감
항공 - 우주 기술 구분 유념해야


우주항공 개발과 진흥을 총괄할 한국형 우주 기구의 조직체계(거버넌스)에 대한 해묵은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미래 우주경제 로드맵’을 선포하면서 2045년 자력으로 화성에 착륙하는 등 우주경제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한 이후의 일이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국무총리가 맡아온 국가우주위원회 위원장을 스스로 자처하고 우주 분야를 총지휘할 우주 기구를 2023년 말까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추진으로 설립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우주항공 분야의 연구·산업·국방 전문가들은 범부처 연구 및 정책 조정 역할을 수행해야 할 우주 기구가 단일 부처인 과기정통부 산하로 들어가거나 자체 법안 제안 능력이 없는 청 단위의 소기구로 출범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우주 전담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여론은 지난 2005년 우주개발진흥법 제정 이후 과학기술계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다분히 우주 강국인 미국의 나사(항공우주국)를 염두에 둔 주장이었다. 나사는 독립기구로 부·처·청의 우리나라 행정조직으로 분류하기 어려운 종합 연구·집행기관이다. 의회로부터 자체 예산 확보 활동도 하며, 공공조달 등 산업진흥 기능까지 항공우주에 관한 모든 것을 전담하는 사실상의 독립 부처로 볼 수 있다. 정부가 구상하는 한국의 우주 기구는 인수위 시절 발표한 ‘우주항공청’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우주·항공 과학기술자들은 2가지 문제점을 지적한다. 항공과 우주를 따로 갈 것인가와 청 조직의 왜소성이다. 항공은 국토교통부가 담당하고 대기권 내 비행체에 관한 연구개발과 정책을 포함한다. 우주는 유사 비행체이긴 하지만 적용 기술이 전혀 다르다. 또 항공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확립된 성숙 기술이고, 우주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초보 기술이란 차이점도 있다. 우주항공청이냐 국가우주청이냐가 논의의 핵심이다. 이와 함께 청 단위의 소조직을 반대하는 취지는 분명하다. ‘힘’이 없다는 것이다. 국무회의에 참석해 자체 법안을 제출할 수도 없는 청장으로서는 과기정통부·국토부·산업통상자원부·국방부·외교부·환경부 등 여러 부처에 분산된 우주 관련 정책을 조정해 추진할 원동력을 가질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항공·우주 기술은 크게 연구개발과 산업, 외교·안보의 삼각 축으로 구성돼 있다. 그동안 한국형 발사체와 인공위성 개발을 전담해온 항공우주연구원은 국가 주도의 전통적 우주 정책의 선봉을 담당해왔다. 하지만 최근 민간 주도의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가 열리면서 우주산업의 경제적 측면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우주여행뿐 아니라 상용 우주정거장 건설과 우주 광물 채취, 우주궤도 서비스, 저궤도 소형군집 위성 등 새로운 부가가치가 창출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 7000억 원 수준의 우리나라 국가 우주개발 예산을 뛰어넘어 전 세계 400조 원 이상의 우주 서비스 시장의 큰 그림을 보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암 한국항공우주학회장은 “우리나라 항공우주 산업의 규모와 세계시장 점유율은 각각 16위와 1%에 불과하다”며 정책·예산·인력 등 독립적 권한을 가진 상설 정부조직 형태의 우주 기구 신설을 주문했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한국의 우주시장은 아직 정부 수요에 한정돼 있어 내수만으로 산업을 활성화하기엔 협소하다”며 냉전체제의 유일 분단국가답게 ‘우주안보’까지 염두에 두고 한국형 우주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기정통부 등 특정 부처 산하보다는 독립된 기구로, 청을 뛰어넘어 범부처 수준으로 정책을 집행할 힘 있는 조직으로 가자는 게 전문그룹의 컨센서스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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