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오전(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974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한국과 브라질 경기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이 경기 시작 전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12년만의 원정 16강 성과에도 손가락 멈추지 않는 ‘악플러’ 황인범 “부끄러움도 모르고 키보드와 함께”라며 우회비판 전문가 “가족까지 비난? 명백한 2차 가해”
한국 축구대표팀이 12년 만에 월드컵 원정에서 16강에 진출하는 성과를 거뒀지만, 원색적 비난을 일삼는 일부 악플러로 인해 선수들이 트라우마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7일 각종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에서 브라질에 4대1로 패한 것을 두고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을 비난하는 악플이 다수 올라왔다. 일부 악플러는 안와골절 부상에도 마스크 투혼을 펼친 손흥민(토트넘 훗스퍼)을 향해 “이게 월클? 손뽕이 만들어낸 허구의 선수” “맨날 울기만 하는데 그만 좀 나와라”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월드컵 조별예선 3경기에 모두 선발 출장해 풀타임을 소화한 왼쪽 수비수 김진수(전북 현대)에게도 “중국 리그로 나가서 보기 싫은 너희 가족과 영영 떠나길” “너는 배를 타고 와라”라며 선수를 포함한 가족에게까지 2차 가해를 일삼았다.
‘벤투호의 황태자’ 황인범(올림피아코스)은 선수들을 향한 악플이 이어지자 이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브라질과 경기 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여전히 선수들, 코칭 스태프의 노력과 성과에 부끄러움을 모르고 키보드와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진심으로 응원해주시고 함께 호흡을 해주신 분들이 한참은 더 많다는 사실을 알기에 잘 충전해서 또 힘을 내보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며 악플러를 꼬집었다. 손흥민도 이 글에 ‘좋아요’를 누르며 공감했다.
일부 악플러들은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한 손흥민, 김진수 등 축구 대표팀 선수들을 향해 원색적인 비난이 담긴 댓글을 달았다. 인스타그램 캡처
전문가들은 선수들이 악플러의 원색적 비난으로 인해 트라우마를 겪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선수들도 코로나19와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경험하며 심리적으로 취약한 상황일 수 있다”며 “게다가 월드컵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뒀음에도 원색적 비난을 받으면 충분히 트라우마가 유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가령 선수의 가족까지 비난하는 모습은 명백한 2차 가해로 볼 수 있으며, 선수의 경기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일부 악플러가 누적된 혐오의 감정을 엉뚱한 곳으로 표출하고 있는데, 그보다는 서로를 지지하고, 응원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헤이트 스피치’(공개적 차별·혐오 발언)를 제지하는 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현행법상 당사자의 고소 없이 악플러를 처벌할 방법은 없다”며 “표현의 자유라는 명목으로 많은 악플과 비방성 댓글이 용인되고 있는데,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