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축구로 네덜란드 8강 지휘

실리축구로 2022 카타르월드컵 8강까지 진출한 네덜란드의 숨은 ‘힘’은 베테랑 지도자 루이 판할(사진) 감독의 투혼에 있었다. 영국 BBC와 미국 야후스포츠 등 외신은 9일(한국시간) 아르헨티나와 8강 대결을 앞둔 판할 감독의 암 투병이 네덜란드를 더욱 강하게 뭉치게 만들어 월드컵 본선행은 물론, 8강까지 안정적으로 오르는 동기부여가 됐다는 점을 집중 조명했다.

판할 감독은 2015∼2016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의 지휘봉을 내려놓은 이후 사실상 은퇴 상태였다. 설상가상으로 2020년 12월엔 전립선암 진단까지 받았다. 빠르게 암세포가 퍼지고 있으나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다는 진단에 통원 치료를 계획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가 등장했다.

네덜란드가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서 16강 탈락의 부진한 성적에 그치자 네덜란드축구협회는 판할 감독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앞서 2000년과 2012년에도 네덜란드를 이끌었던 판할 감독이라는 점에서 사실상의 긴급 구조 요청이었다.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감독 생활의 마침표를 찍었던 판할 감독은 70세의 고령, 무엇보다 암과 싸우는 상황에서도 조국의 부름에 기꺼이 응했다.

다만 부임 후 선수들에겐 철저하게 투병 사실을 숨겼다. 월드컵 예선을 치르는 동안 25차례나 선수들 몰래 방사선 치료를 받으러 다녔다. 치료를 받느라 휠체어를 타고 이동을 해야 했을 때도 자전거를 타다 넘어졌다고 거짓말까지 할 정도로 치밀했다. 그러고는 지난 4월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한 뒤 자신의 투병 사실을 공개했고, 월드컵 일정을 마친 뒤엔 로날트 쿠만 감독에게 지휘봉을 물려주기로 했다. 판할 감독의 투혼은 선수들을 단단히 뭉치게 만들었다. 재미없는 실리 축구라는 비난에도 조별리그 2승 1무로 1위에 올랐고, 16강에선 미국을 3-1로 꺾었다.

베테랑 수비수 데일리 블린트(아약스)는 “감독님은 (암 투병을) 숨기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며 “감독님이 우리와 함께한다는 사실이 기쁘다. 감독님을 위해 가능한 한 오랫동안 경기를 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네덜란드는 10일 오전 4시 카타르 루사일의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아르헨티나와 4강 진출을 다툰다.

오해원 기자 ohwwh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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