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상품수지가 글로벌 경기 둔화와 수출 부진 여파에 한 달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전체 경상수지는 간신히 흑자를 유지했지만, 어려운 상황이 상당 기간 지속할 것으로 경제계는 보고 있다.
한국은행은 9일 10월 경상수지가 8억8000만 달러(약 1조1600억 원)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흑자 규모는 지난해 같은 달(80억1000만 달러)보다 71억3000만 달러나 급감했다. 상품수지는 수출 감소 여파로 14억8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1년 전(61억 달러)과 비교하면 75억8000만 달러나 감소했다. 상품수지를 뒷받침하는 수출(525억9000만 달러)은 전년 동월 대비 6%(33억6000만 달러) 줄었다. 지난 9월 23개월 만에 처음 전년 동월 대비 감소를 기록한 뒤 2개월 연속 뒷걸음질 쳤다. 글로벌 경기 둔화 영향으로 반도체(-16.4%), 화학공업제품(-13.4%)이 부진했다. 지역별로는 중국(-15.7%), 일본(-13.1%)으로의 수출이 위축됐다. 반면 수입(540억7000만 달러)은 원자재, 자본재 증가로 1년 전보다 8.5%(42억2000만 달러) 늘었다.
올해 들어 1∼9월 누적 경상수지는 249억9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지만, 흑자 폭은 전년 동기 대비 504억3000만 달러나 축소됐다. 11, 12월 경상수지의 적자 전환 가능성도 높다. 11월 수출은 1년 전보다 14.0%나 줄면서 전월(-5.7%)보다 감소 폭이 크게 확대됐다. 무역수지는 11월까지 8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김영환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부장은 11∼12월 중 경상수지 적자 전환 가능성에 대해 “대외여건이 불확실해 전망이 어렵지만, 산술적으로 11∼12월이 균형 수준이면 전망에는 충족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내년 경상수지 적자 전환 가능성에 대해 “경상수지 악화 요인인 글로벌 경기 둔화와 수출 부진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며 “수출이 안 되면 경기가 나빠질 수밖에 없어 어려운 상황이 상당 기간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관건은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완화 효과에 따른 한국의 수출 회복 여부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중국이 한국 수출의 약 25%를 차지하는 만큼 중국 경제가 살아나면 한국 경제도 좋아질 수밖에 없다”면서도 “중국의 ‘제로 코로나’ 완화가 얼마나 잘 정착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경상수지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비상경제차관회의에서 “향후 국제유가 하락으로 수입 감소가 기대되는 반면 글로벌 경기둔화, 국내 물류 차질 등 수출 불안 요인도 상당해 당분간 월별로 경상수지의 높은 변동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