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가 10일 서울 중구의 달개비에서 창립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가 10일 서울 중구의 달개비에서 창립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10일 창립기자회견
“억울한 죽음을 밝히기 위해 모든 힘 다할 것
책임자 강력처벌, 참사 재발 없도록 조치해야”
유가족소통공간·희생자추모공간 설치 요구도
권성동의 “세월호의 길 가선 안돼” 언급에 반발



이태원 압사 참사 희생자들의 유가족들은 10일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를 출범하고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책임과 의무를 저버린 책임을 마땅히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8명 가운데 97명의 유가족이 참여한 협의회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창립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협의회 측은 “일상적인 시간과 장소에서 길을 가다 예기치 못한 위험을 맞닥뜨리고 허망하게 생을 마감해야 했던 희생자들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기 위해 모든 힘을 다할 것”이라며 “(참사) 당시 많은 인파가 예상됐음에도 정부는 어떠한 사전 대책을 세우지 않았고, 구조요청을 하는 희생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했으며, 참사 이후 수습도 제대로 하지 못해 많은 인명피해를 야기시킨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 엄중함을 물어 책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통해 향후에는 그 자리의 책임감과 무거움을 느껴 이런 참사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확실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협의회는 이날 이태원 참사에 관한 유가족들의 소통공간과 희생자들을 기억할 추모공간을 정부가 설치할 것도 함께 요구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유족들의 오열 속에 진행됐다. 유가족 가운데 일부가 기자회견 도중 쓰러져 119 구조대가 출동하기도 했다.

앞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협의회 출범을 두고 “이태원이 세월호와 같은 길을 가서는 안된다”고 언급해 유가족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협의회 부대표 이정민 씨는 “세월호가 간 길이 대체 어떤 길이냐. 어떤 길인데 안 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세월호 때 정부와 여당 책임자의 태도를 다시 한번 돌아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한 유족은 “우리는 정쟁이라는 뜻도 모르겠다”며 “저는 아직도 아들이 어떻게 죽어서 병원에 어떻게 갔는지 알지도 못한다”고 토로했다.

한편 유가족 협의회는 오는 16일 오후 6시 이태원역에서 시민 추모제를 열 계획이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
박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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