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인물은 후보가 여럿이지만 올해의 선물로는 이걸 추천하고 싶다. 환생(제2의 탄생)한 광부 두 명이 열흘 간 아껴먹었다는 그것, 바로 커피믹스다. 하지만 갱도의 물방울과 커피만 먹으며 버틸 수 있었던 건 아니다.
무엇보다 그들은 살기로 마음을 먹었다. 살고 싶다는 소망과 살 수 있다는 희망, 누군가 우릴 구할 거라는 믿음, 그리고 가족에 대한 사랑이 합쳐져 마침내 기적의 드라마를 완성한 것이다.
오늘 음악동네의 소재는 커피와 광부, 그리고 탄생이다. 한국 록의 대부 신중현이 작사·작곡한 ‘커피 한잔’은 원제목이 ‘내 속을 태우는구려’(1964)다. 애드 훠(The Add 4)의 데뷔앨범에 수록됐는데 4년 후 펄 시스터즈가 제목을 바꿔 부르며 빅 히트를 기록했다.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 그대 올 때를 기다려 봐도/ 웬일인지 오지를 않네/ 내 속을 태우는구려’. 유심히 들어보면 이 곡의 정서는 실망감이 아니라 기대감이다. 2절까지 ‘오 기다려요’를 무려 6번이나 부르짖는다. 간절함의 대상은 다르지만 이번에 비상식량이 된 커피믹스도 결국은 한 줄기 기다림의 매개체 아닐까.
두 번째 소재는 광부다. 어쩌다 슬픔에 매몰되려는 자신을 발견할 때 음악창고에서 랜턴처럼 꺼내는 노래가 있다. 캐나다의 싱어송라이터 닐 영의 ‘하트 오브 골드’(Heart of Gold)다. 시작부터 가사가 비장하다. ‘나는 살고 싶다/ 나는 주고 싶다’(I want to live, I want to give). 그리고 자신을 (금이 아니라 순수한 마음을 캐는) 광부로 묘사한다(I’ve been a miner for a heart of gold). 광산 근처에서 유년기를 보낸 컨트리가수 로레타 린은 자작곡 ‘석탄광부의 딸’(Coal Miner’s Daughter)에서 ‘가난했지만 사랑이 있었다, 아빠가 그것만큼은 확실히 하셨다’(We were poor but we had love, That’s the one thing that daddy made sure of)고 노래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침이슬’의 작사·작곡자 김민기가 탄광촌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어린이노래극을 만들었는데 제목이 ‘아빠 얼굴 예쁘네요’다. 무너진 갱도에서 동료를 업고 나온 아빠를 주인공 연이는 자랑스러워한다. ‘우리 아빠 최고지/ 왜/ 혼자 빠져나오기도 힘드실 텐데/ 탄이 아버지까지 업고 나오셨잖아요’.
최근에 ‘100세 철학자의 행복론’을 펴낸 김형석 교수는 평안도 운산금광에서 일한 아버지 슬하에서 자랐다. 어려서 건강이 나빠 무리하지 않았다는 게 오래 산 비결이라 고백한다. 수학에는 젬병인 내가 그나마 수학에서 인상 깊게 배운 3개의 수는 분수, 무리수, 경우의 수다. “분수를 지키고 무리수를 범하지 말고 어떤 상황에서라도 희망을 주는 경우의 수를 찾아라.” 하루하루 그렇게 살면 김 교수의 경우처럼 고생은 걸림돌이 아니라 행복의 주춧돌이 된다.
날이 춥고 어두워질수록 ‘함께’라는 단어가 빛을 발한다. ‘팬텀싱어3’에서 돋보였던 라비던스 팀의 테너 존노가 이번에 영화 ‘탄생’의 OST에 참여했는데 주제곡이 ‘우리가 함께한다는 것은’이다. ‘어둠에 잠긴 그대 눈을 감네요/ 세상에 지쳐 쓰러질 때도/ 그대 슬퍼 말아요/ 내 손 잡아요/ 우리가 함께한다는 것은 영원한 약속’.
‘탄생’은 안드레아 김대건 신부(1821∼1846)의 짧지만 긴 일생을 다룬 영화다. 사실 제목은 ‘탄생’이지만 죽음에 관한 성찰이 담겼다. 그가 세상에 남긴 마지막 말은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다. 그는 죽어도 세상을 원망하지 않았고 끝까지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
‘한 끼 줍쇼’라는 예능프로가 있었다. ‘한 끼’는 ‘함께’와 어원이 같다. 가수 닐 영의 바람처럼 멋지게 사는(live) 것은 멋있게 주는(give) 것이다. 쌓아두면 노리는 자가 많아진다. 내부자보다는 기부자의 마음이 편안하다. ‘한 끼’를 나누면 ‘함께’ 행복할 수 있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