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하기 전 그의 모든 영화를 찾아보고 인터뷰 등을 읽었습니다. 저도 열심히 준비했지만, 그도 친절하게 촬영에 응했지요. 제 최고의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사진작가 앨버트 왓슨(80)은 신나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1973년 패션지 하버스 바자에 싣기 위해 영화 감독 앨프리드 히치콕을 찍은 작품(사진)에 대해서다. 나비넥타이를 맨 중씰한 남성이 털이 뽑힌 채 크리스마스 장식 리본을 단 거위의 목을 쥐고 뚱한 표정을 짓는 모습. 이 작품을 발표한 이후로 왓슨은 패션 인물 사진작가의 길을 걸어서 거장 반열에 올랐다.
그가 서울 전시를 계기로 한국에 왔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그의 사진전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3전시실에서 지난 9일 개막했다. 개막 전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21세 생일에 아내로부터 카메라를 선물 받은 이후 사진에 중독됐다”며 “아직도 사진에 집착한다”고 현역성을 강조했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한쪽 눈이 안 보이는 장애가 있었으나, 카메라를 통해 세상과 소통해왔다. 히치콕뿐만 아니라 스티브 잡스, 앤디 워홀, 케이트 모스, 마이클 잭슨 등 세계 대중문화계 유명 인사들이 그의 카메라 앞에 섰다.
왓슨은 자신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히는 잡스의 사진을 촬영할 때를 세세히 기억했다. 지난 2006년 당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잡스는 홍보 담당자를 통해 촬영에 1시간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촬영장에 등장한 잡스에게 30분 안에 끝내겠다고 했더니 선물을 받은 것처럼 좋아하더군요.” 실제로 20분 만에 찍은 사진은 잡스의 천재성과 지성, 자신감을 잘 드러낸 것으로 인정받았다.
왓슨은 이번 서울전에서 초기작부터 최신작까지 125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인물뿐만 아니라 사막 풍경을 담거나 정물을 소재로 한 것도 있고, 작업 과정을 담은 영상도 볼 수 있다. 전시는 내년 3월 30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