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부임 이후 정기국회·예산국회를 거치면서 당의 지향점이 ‘좌파 포퓰리즘’으로 노골화하고 있다. 민주당은 말끝마다 ‘민생’을 외쳤지만, 그 이면에 서민을 착취하고 이윤을 독점한 기득권을 공통의 적으로 만들어 끊임없이 갈등을 부추기고 갈라치기를 시도했다. 이 대표가 지난해 대선 출마 때 내건 슬로건인 ‘억강부약(抑强扶弱·강한 자를 누르고 약한 자를 돕는다)’ 중에서도 ‘억강’에 방점이 찍혔다. 특히, 민주당 지도부의 아침회의에서 ‘부자 감세’라는 말은 거의 빠진 적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민주당은 법인세 최고 세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수준인 22%로 낮추자는 정부의 세제 개편안을 대표적인 ‘부자 감세’ ‘재벌 감세’라며 반대했다. 법인세 인하 혜택이 상위 0.01%에 해당한다는 것을 강조하면서도 0.01%의 대기업이 전체 법인 세수의 41%를 부담하는 사실을 말하지는 않았다. 오죽하면 민주당 출신의 김진표 국회의장이 반기를 들며 “부자 감세가 아니라 국가경쟁력이 달린 일”이라고 했을까. 김 의장은 ‘선(先) 통과, 후(後) 2년 유예’라는 중재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스스로 만든 ‘부자 감세의 덫’에 걸려 ‘민생 유능당’을 포기하는 길로 가는 것처럼 보인다.
이 대표의 지시로 민주당은 노란봉투법·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7대 민생 법안’의 정기국회 내 처리를 밀어붙였는데, 대부분 좌파 포퓰리즘이다. 반시장적·반헌법적 요소들이 포함돼 있지만 169석의 ‘입법 완력’으로 밀어붙였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가 발의했던 법안들이 당의 자체 스크린에 제동이 걸린 적도 있었다. 이 대표의 의정활동 2호 법안인 불법사채금지법은 최근 당 정책위원회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법정 최고 이자율을 초과하는 계약은 이자 계약 전부를 무효로 하는 내용의 이 법안은 금리 상승 국면에서 오히려 저신용자들을 불법사채 시장으로 내모는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주는 기초연금을 모든 노인으로 확대하려는 이 대표의 구상도 민주당 상임위 단계에서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우리나라에서 ‘초고령화발 증세 폭탄’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포퓰리즘만 있고 정교하지 못한 이 대표 발의 법안의 문제는 사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기본소득부터 노출됐었다. 실제로 지난 대선 때 민주당이 자체 발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2030 세대의 65%가 기본소득을 반대했었다.
항간에 ‘도대체 윤석열 정부냐, 이재명 정부냐’는 말이 나오는 것은 합법이라는 테두리에서 ‘제도적 자제력’을 잃은 정당의 모습을 대변한다. ‘여당다운 야당’ 즉, 합리적 견제를 통해 신뢰를 주는 당이 돼야 하는데 현실은 그 반대로만 가고 있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지냈고, 최근 저서 ‘좋은 불평등’을 쓴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언론 기고에서 “지금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더 왼쪽’이 아니라 ‘더 신뢰감을 주는’ 정당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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