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북한인권위원회(HRNK),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등 45개 국제인권단체가 세계인권선언기념일(12월 10일)을 앞두고 유엔 안보리 이사국에 북한 인권 논의 재개를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또, 지난 9일 한국과 미국·일본 등 31개국 유엔 대사들이 북한 인권 상황을 공개 비판하는 장외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 같은 행보는 2005년 이래 매년 유엔총회에서 북한인권결의가 채택되고 있지만, 가시적인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는 점과 무관치 않다.
안보리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작성한 최종보고서(COI Report)가 발표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정식 의제’로 채택해 논의했다. 하지만 남·북·미 정상회담의 영향 및 정족수 부족 등으로 2년간 열리지 못하다가 2020년부터 미국과 영국 등 7개국이 ‘북한 인권 유린이 국제 평화와 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의견 개진을 희망하면서 다시 회의가 소집됐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가 공개회의에 반대하면서 각 이사국의 발언 내용이 외부로 알려지지 않는 ‘비공개/기타 안건’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안보리가 세계 최악의 북한 인권을 비공개로 논의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유엔헌장 제1조 제3항은 ‘인권 존중을 촉진·장려함에 있어 국제 협력을 달성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세계인권선언의 전문은 ‘인간 존엄성과 양도할 수 없는 권리의 인정이 세계의 자유, 정의 및 평화의 기초’이며 ‘회원국은 유엔과 협력해 인권 존중·준수를 증진할 것을 서약한다’고 밝히고 있다. 안보리의 소극적인 태도는 유엔헌장과 세계인권선언의 정신에 반한다. 북한이 무책임하게 인권침해를 계속 저질러도 괜찮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도 있다.
오늘날 세계인권선언은 ‘모든 사람과 국가가 성취해야 할 공통의 기준’으로, 또 그 준수 의무는 국제관습법으로 확립돼 있다. 그런데도 북한은 이 같은 국제 기준과 유엔총회 결의를 배격한다. 그러니 북한이 스스로 인권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없음이 분명한 만큼 ‘인간안보’와 ‘보호책임(R2P)’ 법리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커진다. 세계 시민들은 지난 시기 국제 평화 유지, 인권침해 종식에 응분의 역할을 해온 안보리가 북한 인권 개선에도 적극 나서길 기대한다. 안보리는 핵심 가해자의 책임 규명 및 단죄 방안 강구로 답해야 한다.
차제에 국제사회는 대북 접근을 바꿀 필요가 있다. 지난 30년간 ‘안보 우선 해결론’으로 임했으나, 끝내 핵무장을 막지는 못했다. 북한의 인권 상황은 더욱 나빠졌고 도발의 수위는 더 높아지고 있다. 인권침해와 핵무장은 ‘수령독재’라는 같은 뿌리를 갖고 있고, 북한 체제 변화의 급소는 바로 인권 문제다. 이 점을 고려해 앞으로는 ‘인권 우선 해결론’으로 옮아가야 한다. 특히, 북한 주민의 인권 의식 고양과 삶의 질 개선을 목표로 국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북한은 핵무력을 체제 수호를 위한 ‘만능의 보검’으로 받들고 있다. 이를 위해 가용한 자원을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최우선 배분한다. 민생은 뒷전이다. 하지만 주민의 삶을 피폐하게 하는 핵 개발은 의미가 없다. 체제 약화를 부추길 뿐이다. 우리 정부는 인권을 북핵 폐기와 자유통일의 보검으로 활용하는 ‘신(新)대북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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