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부장판사 “우유부단함으로 사퇴 시기 놓쳐”
득표율 미달로 청주지법원장 최종 후보군서 제외
친(親) 김명수 계로 꼽혀 ‘알박기’ 논란 일어



서울중앙지법원장과 청주지법원장에서 모두 법원장 후보로 추천돼 ‘겹치기 입후보’ 논란이 일었던 송경근 서울중앙지법 민사1수석부장판사가 서울중앙지법원장 후보를 사퇴한 데 이어 득표율 저조로 청주지법원장 최종 후보에 들지 못했다.

법원장 추천제가 ‘겹치기 입후보’ ‘알박기’ 논란으로 이어지면서 추천제를 야심 차게 추진했던 김명수 대법원장의 리더십도 금이 가는 모양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송 수석부장은 전날 오전 서울중앙지법 소속 판사들에게 법원장 후보에서 사퇴했다는 내용의 메일을 발송했다. 그는 “서울중앙지법에서 천거해 주신 분들의 뜻을 차마 무시할 수 없어 마감 직전 동의서를 제출했다”면서 “사퇴할 생각을 여러 번 했지만 우유부단함으로 시기를 놓쳤다”고 밝혔다.

송 부장판사의 사퇴로 중앙지법은 오는 15일 대법원에 김정중 민사2수석부장판사와 반정우 부장판사를 최종 후보로 추천할 방침이다. 청주지법에선 임병렬 부장판사와 김양희 부장판사가 최종 후보로 추천될 예정이다. 송 수석부장은 득표율 저조로 청주지법원장 최종 후보군에 포함되지 못했다. 대법원 예규에 따르면, 법원장 후보 추천 투표에서 10% 이상 득표한 사람만 최종 후보군에 오를 수 있다. 송 부장판사는 두 법원에서 모두 법원장이 될 수 없게 된 셈이다.

김 대법원장은 취임 후 ‘법원의 민주화’를 위해 법원장 추천제를 강력하게 밀어붙였지만, 논란만 가중되고 있다. 득표 순위와 상관없이 최종 후보군에서 대법원장이 법원장을 임명하는 현행 제도를 두고 “투표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불만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법원 행정 업무를 도맡는 수석부장이 추천받기 유리한 점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여기에 최근 김 대법원장이 활동했던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인 송 부장판사와 대법원장 비서실장을 역임한 반 부장판사가 서울중앙지법원장 후보에 추천되면서 대법원장이 추천제를 측근 알박기에 사용한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일부 판사들 사이에선 논란만 일으키는 법원장 추천제를 철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수도권에 근무하는 한 판사는 “열심히 재판하는 판사가 아니라 사람을 많이 만나고 친분을 유지하는 판사가 법원장에 올라서는 구조가 됐다”라면서 “실익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법원장 추천제를 철폐하는 쪽이 낫다”라고 꼬집었다.

김무연 기자
김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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