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과 전공의 지원율 16.4%
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미달
정신과 · 피부과 등 쏠림 심해져


인천의 대형병원인 가천대 길병원이 의료진 부족으로 소아청소년과 입원 진료를 잠정 중단하면서 의료 공백 우려가 커진 가운데 의료계에선 소아청소년과뿐만 아니라 흉부외과, 외과 등 필수 진료과가 전체적으로 위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방은 물론 서울 주요 상급종합병원도 소아청소년과를 비롯해 흉부외과, 외과, 응급의학과 등 필수 진료과가 전공의 모집에 실패하는 등 필수의료 체계 붕괴가 걱정되는 상황이다.

13일 대한병원협회(KHA)가 지난 7일 마감한 ‘2023년도 전반기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1년차) 모집’ 결과에 따르면 전국 수련병원 67곳의 소아청소년과 지원자는 전체 정원 201명의 16.4%(33명)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지원율(27.5%)보다 더 떨어진 수치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외과의 경우 131명이 지원하면서 지원율이 65.5%로 소폭 상승했지만, 정원 조정 영향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0년간 외과 지망자는 130명 선인데, 외과 의료진 인력을 안정적으로 수급하려면 180명대는 확보해야 한다는 게 협회 측의 설명이다. 응급의학과와 외과도 빅5 중 가톨릭중앙의료원, 세브란스병원에서 각각 미달이 발생했다.

필수과의 ‘미달 현상’에 반해 정신건강의학과, 피부과 등 인기과의 ‘쏠림 현상’은 심해졌다. 가톨릭중앙의료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빅5의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충원율은 150% 이상이었다. 피부과, 성형외과는 전공의 정원의 2∼3배에 달하는 지원자가 몰리기도 했다.

의료계는 인간의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과 전공의 지원자 수 미달은 필수의료 체계 붕괴를 뜻해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8일 공청회를 통해 심뇌혈관 등 고위험·고난도 수술과 분만·소아 치료 등 필수의료 분야에 공공정책수가 도입 등 필수의료 지원 강화 대책을 발표했지만, 가장 중요한 의료 인력 수급은 빠졌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
박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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