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What - 대전發 ‘실내마스크 해제’… 시기놓고 의견 분분
“식당 · 카페 등선 실효성 없고
아이들 정서 · 언어 발달 방해”
“겨울유행 정점 지났나 불확실
단체문화 많아 집단감염 우려”
공개토론회 · 자문회의 등 거쳐
정부, 23일 로드맵 제시 계획
자율 착용 · 권고 등 ‘완화’골자
이르면 내달 중 해제 가능성도
병원 · 요양시설에선 유지될 듯
코로나19 방역의 ‘마지노선’인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완화 여부는 중증 환자와 사망자 추이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오는 15일 공개토론회와 전문가 자문회의를 거쳐 23일 실내 마스크 의무화 완화 로드맵을 제시하기로 했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권고나 자율 착용으로 완화하는 게 골자인데, 확진자와 위중증·사망자 추세 등의 방역 지표를 우선 고려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정부는 이행 시기를 이르면 내년 1월, 늦어도 3월이라고 제시했다. 다만 코로나19 유행이 빨리 잦아들 경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시점이 명확해질 수 있지만, 방역지표가 더 악화하면 시점이 불투명해질 수도 있다.
◇마스크 실효성 없어 vs. 사망자 증가 = 실내 마스크 의무화 해제가 공론화된 계기는 대전·충남 지방자치단체장이 내년 1월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를 독자적으로 풀겠다고 나서면서다. 당초 정부는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 시기를 내년 3월 이후로 밝힌 바 있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지난 10월 방송에서 “(재유행이) 한 번쯤 남아있기 때문에 이르면 내년 3월이 지나고, 늦어도 상반기에는 해제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자체장들이 내년 1월로 언급하면서 시점도 몇 달가량 앞당겨졌다. 실내 마스크 의무 완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자 찬반 양론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실내외에서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써야 하는 방역 조치는 지난해 4월 12일 시행됐다.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는 1년 5개월 만인 지난 9월 26일 먼저 풀렸다. 정부 전망대로라면 시행 2년에 조금 못 미치는 내년 초에는 마스크를 벗게 된다. 대전·충남 지자체장은 해제 사유로 실내 마스크 착용이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식당·카페 등에서 이미 대부분 사람이 마스크를 벗고 있어 착용 효과에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코로나19와 관련된 시민의식을 고려하면 실내 마스크 착용을 개인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이 시장은 “미국이나 유럽은 실내외 마스크를 다 벗은 상태이고, 출장차 다녀온 튀르키예 역시 마스크를 오래전에 벗었다”면서 근거로 내세웠다. 아이들의 정서·언어 발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주된 이유로 들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실내 마스크를 개인 자율에 맡겨야 하는 시기가 온 것은 맞다”며 “지난 8월 6차 유행에서 일반 국민의 60%는 자연 면역을 얻어 중증 방어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제조건을 달았다. 실내 마스크 규제가 풀리면 가장 크게 인명 피해를 입는 고위험군을 보호하는 정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천 교수는 “방역 패러다임을 치료제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코로나19에 걸리면 고위험군들이 항바이러스제를 쉽게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일관적이고 강제성 있는 기준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위험군이 감염됐을 때 위중증으로 이환되지 않도록 막아주는 라게브리오, 팍스로비드 등 처방률은 30% 정도에 불과하다.
논의 시기와 해제 근거에 대한 전문가들 반론도 상당하다. 엄중식 가천대의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겨울철은 코로나19, 독감 등 호흡기 질환 외에도 심뇌혈관 중환자가 연중 가장 많이 발생해 병상 부담이 큰 계절”이라며 “유행 정점을 지났는지 확실치 않은데 마스크 미착용으로 환자가 늘면 의료 현장 상황은 더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지자체의 ‘마스크 무용론’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없고 백신 접종률이 낮아도 유행 파고를 막을 수 있는 ‘최후 방어선’이 마스크였다는 설명이다. 엄 교수는 “마스크 착용률이 높은 한국과 일본, 대만은 코로나19 치명률이 가장 낮은 편”이라며 “마스크 의무를 모두 푼 미국의 치명률은 우리의 10배, 유럽은 서너 배에 달한다”고 말했다. 6월 겨울철이었던 남반구 지표국가인 호주와 뉴질랜드에서는 마스크 착용 여부로 희비가 엇갈린 바 있다. 코로나19, 독감,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가 동시 유행하는 ‘트리플데믹’이 닥치자 마스크를 모두 해제한 호주에서는 확진자 규모도 컸고 사망자도 많이 나온 반면, 뉴질랜드는 피해가 적었다.
한국은 미국, 유럽과 달리 인구 밀집도가 높고, 회식과 회의 등 단체문화가 많아 마스크 정책을 기계적으로 비교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왔다. 3밀(밀접·밀폐·밀집) 환경이 조성된 겨울에 실내 마스크를 섣불리 푼다면 직장 내 집단감염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정기석 국가감염병 위기대응자문위원장은 “식당에서 머무는 시간은 한두 시간이지만, 하루 종일 일하는 사업장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면 집단감염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실내 마스크 의무 풀려도 일부 시설 유지 = 정부가 오는 23일 내놓을 로드맵에 담길 내용은 유행 상황에 달려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지난 9일 방역 상황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지표와 기준을 마련해 이를 충족하는 시점에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권고 또는 자율 착용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중대본은 확진자, 위중증과 사망자 추세 등 방역 지표를 우선 고려한다는 방침이다. 만약 이달 말 코로나19 유행이 빨리 잦아든다면 이행 시기를 못 박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방역지표가 악화되면 이행 요건과 기준 정도만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전문가들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풀려도 병원과 요양시설 등 감염취약시설에는 의무가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천 교수는 “대중교통, 요양시설, 병원 등에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남겨두고, 해제 대상을 저위험군부터 고위험군으로 넓히면서 순차적으로 벗는 게 맞다”고 말했다.
절차상 하자는 오점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일부 지자체가 착용 의무를 자체 해제하겠다고 나서자 중앙정부가 이를 뒤따라가면서 방역 기조가 흔들리는 모양새가 나왔기 때문이다. 지자체와 중앙정부 간 갈등 양상이 드러나 다른 감염병 위기가 터질 때 안 좋은 선례로 남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위원장은 “겨울철 재유행이 한창인 지금은 전국적으로 단일 방역망에 협조할 시기지 한두 군데의 지자체에서 다른 목소리를 낼 때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 OECD 30개국 중 한국 · 이집트만 ‘실내 마스크 의무화’
미국 등 10개국은 아예 규제없고
독일 · 대만 등 의료복지시설선 쓰게
전파상황 따라 ‘완급 조절’추세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국민의 피로도가 높아져 세계적으로 실내 마스크 의무가 해제되는 가운데 이를 해제한 국가들 내에 확진자가 늘어 원점으로 돌아가려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는 관광·경제 활성화와 연결되지만, 자칫 코로나19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방역 당국은 세계 추세와 국내 확진자 동향, 신규 변이 가능성 등을 고려해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 범위와 시점을 정한다는 계획이다.
14일 질병관리청이 한국을 포함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0개 주요국 마스크 착용 의무화 현황을 조사한 결과, 모든 실내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를 부여하는 국가는 한국과 이집트뿐이다. 이집트는 2020년 5월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를 취한 뒤 해제하지 않고 있으나 단속이 유명무실한 것으로 알려져 실질적인 의무 착용 국가는 한국뿐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9개국 가운데 미국과 영국, 프랑스, 덴마크, 네덜란드, 헝가리, 슬로베니아, 튀르키예,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10개 국가는 실내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가 없다. 의료시설 등에도 제한을 두지 않고 모든 공간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 이들 국가를 제외한 국가들은 실내 마스크 규제를 해제하면서도 의료 시설·대중교통 등 전파 위험도에 따라 예외규정을 두고 있다.
19개국 중 독일, 이스라엘, 대만 등 12개국은 의료시설에 이어 사회복지시설에서도 실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또 이탈리아, 싱가포르, 필리핀 등 9개국은 대중교통도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장소로 포함했다. 그 외 약국이나 호스텔, 공공기관, 교정시설 등에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두고 있는 국가들이 있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한 국가들은 전파 상황에 따라 규제에 완급조절을 펴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6월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한 뒤 델타 변이 확산으로 2주 만에 의무화했다. 이후 올 4월 오미크론 기세가 꺾이자 병원·국제항공편 등을 제외한 곳의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다.
방역 당국은 마스크 해제 조치 이후 확산세가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은 올해 초 오미크론 대유행 뒤 확산세가 꺾이자 3월에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지만 5∼8월 다시 확진자가 늘어났다. 독일과 프랑스는 3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한 직후 확진자가 소폭 증가했다. 다만 확진자 증가 원인에는 마스크 의무 해제의 영향 외에 다양한 변이와 계절적 요인 가능성이 내포돼 있다. 이 때문에 방역 당국과 전문가들도 새로운 변이 가능성을 우려하며 신중한 접근을 펴고 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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